4화

「두뇌운동이라도 할까해서」

 

 막 시작한 쇼기부에 키리카가 처음 왔을 때, 부끄러워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쩐지 소원해져버린 소꿉친구에게 계속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고, 전망을 모르는 쇼기부에 잘도 알았던 키리카가 와 준 것은 든든했다.

 

「있지, 하는 법 가르쳐줘, 타츠야는 강하잖아」

 

 키리카는 옛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머리가 자라고 어른스러워졌지만, 상냥한 성격과 지기 싫어하는 점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매일 같이 키리카에게 쇼기를 가르치는 동안, 우리는 서서히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고 있었다.

 시시한 일로 서로 웃고, 작은 침묵도 신경쓰지 않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존재다.

 

 키리카와 단둘만의 동아리는 즐거웠지만, 그 사이에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키리카는 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혼자서 부를 만든 나를 신경써서 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 중에 잡담이 점점 늘어나서 쇼기를 두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쇼기는 신작 과자를 함께 먹으면서 틈틈이 하는 정도다.

 그래도 좋았다. 키리카와 지내고 있으면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즐거웠다.

 게다가, 약간은 키리카를 이성으로 의식하게 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 이성에 대해 거리를 둘뿐만 아니라 흥미를 가질 나이가 되어버려서.

 그래서, 별로 쇼기에 열중하지 않는 활동에서도 계속 해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쇼기를 두고 싶다는 욕구가 자욱했다.

 

 그럴 때, 츠노다 선배가 입부해줬다.

 실력도 비슥했고, 쇼기에 대한 열의도 비슷했다.

 톡특한 남자 못지 않은 말투 탓일까, 연상인데도 친근함도 있었다.

 이걸로 어떻게든 쇼기부로서 본격적으로 스타트할 수 있다.

 그러니, 키리카가 무리해서 매일 부실에 얼굴을 내밀 필요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

 

「만약 부담스럽다면, 매일 나오지 않아도 돼」

 

 소꿉친구라는 인연만으로, 일년동안이나 계속 어리광을 부리고 말았다.

 

「지금은 츠노다 선배가 있으니까. 이제 괜찮으니까」

 

 키리카를 이곳에 계속 묶어두지 말자.

 이제 슬슬, 홀로 서야 할 때였다.

 

「지금까지 고마웠어, 키리카」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지금까지의 감사를 말한다.

 어쩐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엣, 나……나는……」

 

 키리카의 당황한 듯한 목소리.

 천천히 판에서 고개를 들자, 반쯤 웃는 듯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키리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별로……그런 의미로 부실에 온 건 아니고……」

 

 거기서 한 번, 말이 끊겼다.

 그리고 나서 키리카는 만면에 미소를 띄며 웃었다.

 

「뭐 조금 걱정했던 건 있었지만, 나도 동아리 활동을 즐겼어? 중학교 때는 좀 멀어졌었고」

 

 그 말에, 소원해져버린 것에 외로움을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쪽으로부터 거리를 둔 것도 아니다.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레 그렇게 되고 말았다.

 

「이제 쇼기부는 괜찮은 것 같네. 초보인 내가 있어도 방해가 될 뿐이고, 가끔씩 놀러오기만 할까」

 

 나에게 매달려있던 키리카가, 영차, 하고 일어선다.

 

「그리고 지금은 이제, 옛날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는걸. 뭐, 동아리에 연연할 필요는 없겠네」

「그래……그렇네」

 

 이성을 필요이상으로 부끄러워할 나이는 이미 끝났다.

 우리는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말야」

 

 키리카의 시선이 나에게서 도망치듯 천장으로 향한다.

 일순간의 침묵.

 그러고 나서 키리카는 작게 숨을 들이마시고, 똑바로 나를 보았다.

 

「나중에 데이트하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머릿 속이 새하얗게 되어, 한 박자 늦게 나는 얼버무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데이트?」

 

 들었지만, 반사적으로 되묻는다.

 머릿속에 말이 잘 이해될 때까지 시간을 벌 듯,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나랑, 키리카가?」

「그래. 타츠야와 내가」

 

 그리고, 키리카는 어째선지 츠노다 선배 쪽을 쳐다보며 웃었다.

 

「나랑 타츠야는 별로 쇼기뿐인 관계가 아니니까, 평범하게 놀러가자」

「……아아……놀러간다는 뜻인가」

 

 이제야 이해가 되어, 온몸에 힘이 빠진다.

 심장이 놀랄 정도로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어때, 괜찮지?」

 

 키리카가 엷은 미소를 짓는다.

 마침 창문으로 석양이 비쳐, 여느 때보다 어른스러워 보였다.

 

「지금은 돈이 별로 없어서 멀리는 못 가」

「괜찮아. 타츠야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으니까」

 

 키리카는 거기서 잠시 고민하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곧 뭔가 생각난 듯 내게 시선을 돌렸다.

 

「돈이 없다면 집이라도 괜찮아. 쭉 아빠랑 엄마랑 못 만났었지?」

「그렇지만……집은 좀 그렇지 않을까?」

「좋잖아. 예전에는 서로 집에 자주 갔었었고. 왠지 그립지 않아?」

「아, 응……」

 

 기세에 눌리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4일 뒤 일요일은? 일요일은 아빠랑 엄마 둘 다 계시니까 오랜만에 만나드려」

「글쎄……알겠어. 일요일이라면 비어있고 괜찮을 것 같아」

「그럼, 결정이네」

 

 키리카는 만면의 미소를 띠며, 책상 위에 놓여있던 가방을 집어들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볼께. 일요일까지 집을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야 해. 수고해-」

「응……고생했어」

 

 키리카는 종종걸음으로 출입구로 향해, 그리고나서 최후에 되돌아보았다.

 

「츠노다 선배-. 쇼기 힘내세요-」

 

 히죽, 하고 키리카가 웃는다.

 츠노다 선배는 방심한 듯, 그래, 하고 짧게 대답하고 나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부실에 정적이 돌아온다.

 갑작스런 키리카의 권유에 머리가 따락지 못해, 나는 앉은 채로 잠시 멍해져있었다.

 

 갑작스레, 차라락, 하는 소리가 울린다.

 되돌아보면 츠노다 선배가 말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역광 때문인지, 매우 무표정해보였다.

 

「오늘은 이미 늦었어. 우리도 돌아가자」

「아, 네. 그, 그렇네요」

 

 나도 수중의 말을 치워, 주머니에 넣어간다.

 츠노다 선배는 그대로 정리를 마치고, 빈 책상에 놓여있던 가방을 말 없이 집어들었다.

 

「내일 보자」

「네……저, 수고하셨습니다」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 선배는 등을 돌려, 그대로 출입구로 나갔다.

 뒤에 남겨진 내 그림자가, 아무도 없는 방 안을 뻗어간다.

 어느새, 바깥에서 들려오는 운동부의 구호는 들리지 않았다.

 까악, 하고 곧 어둠이 올 것임을 알리듯 까마귀가 한 번 울고 나면 이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황급히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는, 방에서 뛰어나와 자물쇠를 채웠다.

 무거운 자물쇠를 채우는 소리가, 이상하게 귀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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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

 시시한 인간이라고 자각하고 있었다.

 어릴 적 부모님을 여의고 할아버지 댁에서 자라서 그런지, 주위와 말이 안 맞는 일이 많았다.

 주위에서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을 때 나는 사극을 보고 있었고, 주위에서 게임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쇼기를 두고 있었다.

 식생활도 큰 차이가 있어서, 다른 아이들이 여러가지 양식을 먹을 때 나는 매일 생선만 먹었던 것 같다.

 

 하나하나 작은 일이지만, 그것들은 차곡차곡 쌓여서 나를 세상 물정 모르는 아이로 성장시켰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다지 절친한 친구 없이, 어딘가 떠도는 존재였다.

 종기 취급이었다, 라고 해도 좋다.

 부모가 없다는 것도 이를 부추겼다.

 리더십 강한 아이에게 말을 걸어져 여자 그룹 안에 은근히 섞여 있을 뿐, 없어도 아무도 모르고, 아무도 곤란하지 않다.

 그것이 나, 츠노다 시키였다.

 

 어쩔 수 없는 시시한 인간.

 자신에게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한사람도 없고, 상냥하게 웃어넘기고 있을 뿐인 존재다.

 이윽고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에 진학해도 그것은 변하지 않았다.

 

「츠노다 씨는 별나네」

 

 몇 번이나 그런 말을 들었다.

 예를 들어 노래방에서 엔카를 불렀을 때나, 과자를 가져왔을 때 센베이를 내놓았을 때라든가.

 우연한 때에, 쓴웃음을 짓듯이 주위가 얼굴을 맞대고 그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무언가 할 때마다, 자리가 식어간다.

 난처한 듯한 분위기가 퍼져, 나쁜 분위기가 되지 않도록 누군가가 억지로 화제를 바꾼다.

 누구도 악의는 없다. 나를 배려해서 자연스레 그렇게 된다.

 

 어느새 말수가 줄었다.

 사람을 대하는 것이 귀찮아지고, 고교생이 되고 나서는 독불장군이 된 것 같아졌다.

 남에게 쓴웃음 당하는 것에 싫증이 났고, 처음부터 혼자가 편했다.

 별로 아무것도 없이 나이만 먹어간다.

 그리고 고등학교 3학년이 되었을 때, 문득 게시판에 쇼기부 포스터가 붙어있는 것을 발견했다.

 쇼기.

 내 유일한 취미다.

 하지만, 1학년 때 쇼기부는 없었을 것이다.

 포스터 구석에 써 있던 고문에게 이야기를 들으러 가자, 초로인 선생님은 기쁜 듯이 말했다.

 

「작년, 한 남학생이 만들었단다. 형태만이고 나머진 유령부원인 것 같지만」

 

 모처럼이니 견학하는 게 어떻겠니, 라는 고문의 말에 나는 곧 달려들었다.

 쇼기부. 그것도 소수의 부원.

 이상적인 환경으로 보였다.

 그럴 터였다.

 

「지금은 누가 이기고 있는거야?」

 

 타츠야 군의 뒤에서 기대듯이, 토비야마 씨가 말한다.

 토비야마 키리카.

 쇼기에 그리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닌 듯 했다.

 그런데, 타츠야 군의 소꿉친구라는 이유로 장기부에 들어가 있다.

 

「……시키 선배 쪽이 유리하다, 일까」

 

 타츠야 군이 판을 노려보며 대답한다.

 그는 진지한 얼굴로 사고에 빠져있고, 매달리는 토비야마 씨를 매정하게 대하는 모습은 없다.

 그것만으로 그들이 상당히 친한 사이임을 알 수 있었다.

 소꿉친구.

 나에게는 인연이 없는 개념이었다.

 친우라고 부를 수 있는 존재는 아무도 없고, 친구라고 가슴을 펴고 말할 수 있는 반친구 조차 없다.

 유년기부터 서로를 알았던 존재. 생판 남인데 가족같은 존재.

 그것이 내 눈에는 어쩔 수 없이 눈부시게 비쳤다.

 

「아, 이거 맛있다」

 

 토비야마 씨가 막대기 모양의 과자를 타츠야 군을 향해 내민다.

 마주보고 있는 타츠야 군은 입을 벌리고, 그것을 신경쓰는 기색도 없이 먹었다. 

 뱃속에서 강한 불쾌감이 터져나온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었다.

 분명 내가 똑같이 과자를 내밀어도, 타츠야 군은 적당히 이유를 대서 상냥히 거절할 것이다.

 소꿉친구라는 특별한 존재이기 때문에, 토비야마 씨만이 그것을 허락받고 있다.

 

「……자, 타츠야 군 차례다」

 

 자연스레 낮은 목소리가 나왔다.

 타츠야 군과의 대국은, 최근 나에게 있어서 최상의 즐거움이었다.

 부실이 나의 유일한 거처가 되고 있다, 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을 토비야마 씨에게 방해받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초조함이 심해져가는 것을 스스로도 알 수 있었다.

 

「맞다, 어제 반칙 사건은 봤을까?」

「야다 8단과 나카가미 8단말입니까?」

「그래. 첫 우승 기회였는데, 보다가 그만 소리를 지르고 말았어」

「해설자도 소리 질렀었죠」

 

 담소하면서, 힐끗 토비야마 씨의 모습을 살핀다.

 그녀는 타츠야 군에게 매달리면서, 어딘가 지루한 듯이 한눈을 팔았다.

 그것을 보고, 어두운 기쁨이 마음을 채웠다.

 쇼기라는 분야라면, 긴 세월을 함께 한 토비야마 씨보다 내가 더 타츠야 군의 이해자가 될 수 있다.

 

「토비야마 씨는」

 

 저절로 입이 열렸다.

 

「그다지 쇼기에 관심이 없는걸까?」

 

 의문을 던지자, 토비야마 씨의 눈이 동요하듯 흔들렸다.

 

「……어째서인가요?」

 

 평탄한 목소리가 되돌아온다.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는 것을 통감했다.

 

「계속 판을 쳐다보지 않았으니까. 쇼기를 좋아한다고 그다지 생각되진 않아」

 

 토비야마 키리카는 단순한 초보자일 뿐만 아니라, 애초에 쇼기 자체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건 누가 봐도 분명했다.

 

「타츠야 군의 소꿉친구니까, 인원을 채우려고 어울려주고 있는건가?」

「숫자 채우기같은게……확실히 꽉 찬 건 아니지만, 느긋이 하는 걸 좋아할 뿐이에요」

 

 게다가, 라고 토비야마 씨는 말을 이어갔다.

 

「제가 하는 건 좋아하지만, 남이 하는 건 좀 지루할 뿐이에요」

 

 확실히, 그런 사람도 많을 것이다.

 비록 스스로를 가리키는 건 아니지만 관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내겐 도저히 토비야마 씨가 쇼기를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런가. 만약 무리하게 동아리에 나오고 있다면, 이제 괜찮다고 말하고 싶었을 뿐이다. 미안하군」

 

 억지 웃음을 머금으면서, 판으로 시선을 돌린다.

 타츠야 군이 다음 수를 짚은 순간이었다.

 

「키리카」

 

 지금까지 잠자코 있던 타츠야 군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약 부담스럽다면, 매일 나오지 않아도 돼」

 

 온화하고, 염려하는 목소리였다.

 

「지금은 츠노다 선배가 있으니까. 이제 괜찮으니까」

 

 간신히 입꼬리가 치켜올라가는 걸 알았다.

 시야 구석에서는, 토비야마 씨가 멍한 표정을 띄우고 있다.

 타츠야 군은 아직 판을 보고 있어서, 그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지금까지 고마웠어, 키리카」

 

 터무니없는 무언가가 가슴을 채운다.

 나는 시시한 인간에서, 얄미운 여자로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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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언제나 보고있었다.

 누구보다고 가까이에서, 그 옆모습을 봐왔었다.

 자연스레 시선이 그의 모습을 따라, 눈이 마주치자 순간적으로 빗나가리를 반복했다.

 

 계기는 모른다.

 눈치채보면 이렇게 되어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항상 함께였는데, 그러다보면 손잡기가 부끄럽고, 같이 가는 것도 부끄러워져서, 교실에서도 이야기를 잘 못하게 되고.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의식하게 되었다.

 키는 나를 훨씬 앞질러버리고, 어느새 변성기가 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몸은 완전히 별개로 변해갔고, 그게 우리 사이에 벽처럼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소꿉친구같은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같은 반이 되어도 거의 이야기 할 수 없게 되었다.

 교실에서 여자들과 잡담을 나누며, 훔쳐보듯 그의 모습을 찾는다. 그 정도의 관계가 됐다.

 아마, 그와의 관계는 이대로 끊어져버리겠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행동했다.

 

「키리카?」

 

 갓 만들어진 쇼기부를 찾은 나에게,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야. 최근 너무 둔해져서 말이지. 두뇌 운동이라도 할까해서」

 

 농담조로 얼버무리면서,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모처럼의 대화를 즐긴다.

 주위의 시선이 없다면,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내가 더 크고, 그는 변성기가 오지 않았고, 내 가슴도 커지지 않았던 그 때와 마찬가지로.

 

「있지, 하는 법 가르쳐줘. 타츠야는 강하잖아」

 

 그렇게, 나는 잃어버린 그 때의 관계를 쟁취했을 것이다.

 둘만의 세계를, 쟁취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 용왕전 봤어?」

 

 시선의 끝에는, 즐거운 듯 말하는 츠노다 선배의 모습이 있었다.

 맞은편에서는 소꿉친구인 타츠야가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혼자, 잡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돼버렸을까.

 

 츠노다 선배가 입부한지 일주일.

 나와 타츠야 둘만의 세계는, 어이없이 붕괴되어 버렸다.

 츠노다 선배는 타츠야와의 거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좁히고 있다.

 

「아, 이 과자 맛있어. 키리카도 먹을래?」

 

 타츠야가 신작 과자를 가리키며 말을 걸어온다.

 쇼기 이야기에 끼지 않는 나를, 신경쓰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것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어쩔 수 없는 소외감이 커져간다.

 

「아, 응. 고마워」

 

 억지 웃음을 띠고, 잡지에서 고개를 든다.

 츠노다 선배가 어려워하는 얼굴로 판을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천일수군」

「그렇네요. 다시 시작할까요」

 

 츠노다 선배와 타츠야는 그렇게 말하며, 말을 치우기 시작했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어? 장군하지 않았지? 누가 이겼어?」

「무승부야. 일단 다시 시작해」

 

 무승부.

 그 의미를 알 수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ㅇ, 왜? 턴 제인 쇼기에서 비기는 게 말이 돼?」

「음, 설명이 어렵지만, 서로 최선의 수를 하다보면 판이 영원히 루프될 수 있어. 어느 쪽이 포기할 때까지 계속 루프하면 끝이 없으니까, 천일수라고 해서 4번 똑같은 판이 나오면 다시 하기로 되어있어」

「타츠야 군, 그 쪽이다」

 

 타츠야의 말에 겹치도록, 츠노다 선배가 재촉한다.

 나는 그만 숨을 멈췄다.

 타츠야 군.

 츠노다 선배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성이 아니라, 이름을 당연하게 불렀다.

 타츠야도 별로 놀라지 않고, 온화한 미소로 대꾸하고 있다.

 나는 멍하니, 그 교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일주일이다. 츠노다 선배가 입부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츠노다 선배에게 눈을 돌린다.

 길고 예쁜 검은 머리와, 또렷하고 가늘게 찢어진 눈동자.

 남자 못지 않은 독특한 말투와, 그에 반하는 듯한 풍요로운 가슴.

 누구나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겉모습에, 정체 모를 불안감이 밀려온다.

 만약 츠노다 선배가 타츠야에게 호의를 보인다면, 타츠야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적어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타츠야 쪽에서 호의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 상상에, 저절로 짜증이 더해졌다.

 지금까지 느껴지보지 못한 마음이 가슴을 채운다.

 

「타츠야 군은, 예쁜 손가락을 하고 있군」

 

 갑자기, 츠노다 선배가 그런 말을 했다.

 

「그런가요?」

「가늘고 긴 손가락을 하고 있지? 두는 방법이 예뻐 보인다」

 

 분명 타츠야의 장기를 두는 모습은 예뻤다. 쇼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도, 보고 있으면 질리지 않을 정도로.

 

「잠시 보여주지 않겠어?」

「어?」

 

 타츠야가 조그맣게 놀란 소리를 지른다.

 다음 순간, 츠노다 선배가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타츠다의 손을 잡았다.

 놀라서, 나도 모르게 잡지를 떨어뜨릴 뻔한다.

 

「나는 말이지, 남자들 손가락을 조금 좋아한다」

 

 츠노다 선배는 부끄러운 듯 작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나 혈관이 두드러진 걸 보면, 나도 모르게 만지고 싶어져」

 

 친한 남자가 없으니까 좀처럼 할 수 없지만, 이라고 덧붙인 츠노다 선배는 아직도 타츠야의 손을 조심스럽게 만지고 있었다.

 마주보는 타츠야는, 시선을 돌려 쓴웃음을 지으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게 내겐 아주 싫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배 속에서 엄청난 불쾌감이 밀려왔다.

 생각하기보다 먼저 의자에서 일어나, 입을 연다.

 

「타츠야는 옛날부터 손가락이 길었지」

 

 몸이 자연스레, 타츠야의 품으로 나아갔다.

 츠노다 선배의 손이, 타츠야로부터 떨어진다.

 

「초등학교 때는 내가 키가 더 컸는데, 손 크기를 비교하면 타츠야가 조금 크기도 했었지. 기억해?」

 

 순간적으로 나온 추억 이야기를 하면서, 타츠야의 손에 자신의 손을 맞춘다.

 타츠야를 만지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서로 크고 나서는,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이 생겨버렸다.

 예전처럼 신경쓰지 않고 무엇이돈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친구처럼 행동할 필요가 생겨버리고.

 내가 그다지 제멋대로 다가가면, 타츠야 쪽에서 거리를 두게 되고.

 지금처럼 타츠야를 접하는 건 정말로 오랜만이고, 어쩌면 내 얼굴은 조금 빨개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타츠야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츠노다 선배가 손댈 때처럼 시선을 돌리는 것도 없이, 그저 그리운 듯 웃을 뿐이었다.

 심장을 무언가에 찔린 것처럼, 숨이 멎는다.

 닿았던 손이 떨어져, 타츠야의 온기가 사라졌다.

 몸이 급속히 식어간다.

 

「전부터 궁금했지만」

 

 옆에서 츠노다 선배의 목소리.

 

「두 사람은 사귀고 있을까?」

 

 온몸의 근육이 굳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폐 속이 텅 빈 듯 답답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나를 대신해, 타츠야가 입을 연다.

 

「아뇨, 단순한 소꿉친구입니다」

 

 시야가 빙글빙글 돈다.

 뭔가 말해야하는데,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돼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 그랬구나. 시시한 걸 물어서 미안해」

 

 츠노다 선배의 맞장구.

 나는 그것이, 강한 안도의 빛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Posted by 스위트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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