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와라 서기는 감사받고 싶어
「저, 저기 회장……. 정말로, 정말로 괜찮은건가요……? 무리하지 않는 건가요?」
앞머리에 극흑색 리본을 붙인 소녀──후지와라 치카는 올려다보며 쭈뼛쭈뼛거리며 말하는 상태로 물었다.
그녀가 바라본 곳에는 눈매가 이상하게 날카로운 한 소년. 『회장』이라고 불린대로, 그들에겐 뚜렷한 상하관계가 있지만, 그것은 현재 적용되지 않고, 지금은 대등한 친구 사이다. 그녀가 『회장』이라고 말해버리는 것은 단순한 버릇이다.
소년──시로가네 미유키는 평소같은 대담한 미소를 띄우며, 양팔을 푹 꼬며 무언으로 수긍했다.
「아아, 신경 쓰지마라 후지와라 서기. 이건 내, 너에 대한 최소한의 보답이다. 오히려 사양은 필요없다」
「그, 그치만……만약에 가족, 그야말로 케이 쨩에게라도 들키면……」
──회장 살해당해요!
후지와라는 목에서 뛰쳐나올 뻔한 말을 억지로 삼켰다. 그리고 그대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세해, 곁에 두고 있던 잔에 손을 뻣어, 꽁꽁 차가워진 찬물을 다 마셨다.
대량의 진땀을 목덜미에 흘리고 있는 것은 꿈에도 모르고, 시로가네는 비어있는 후지와라의 잔을 손에 들었다.
호에? 바보같은 목소리를 내는 친구에게, 그는 자연스럽게 말했다.
「마침 잘됐군. 내 것도 남지 않았으니, 후지와라 서기 것도 떠오지. 그동안 원하는 것을 골라줘」
「그, 그치만그치만그치만……! 회장, 역시 이런건──!」
「부탁한다ー」
후지와라의 필사적인 호소는 닿지 않았다.
덧붙여서, 무심코 뻗은 왼손도 닿지 않았다.
자신부터 솔선해서 잡일을 하려는 것은 시로가네의 장점이지만, 이번 일에 있어서는 그렇지도 않았다.
왼손으로 허공을 잡으면서, 후지와라는 생각했다.
(어째서……. 어째서 이렇게 된걸까……?)
필사적으로 뇌를 돌려보지만 꽤나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무리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후지와라가 아무리 녹슨 뇌를 돌려도 자신이 원하는 해답을 내놓을 수 있을리가 있냐는 것이다.
문득 시로가네에게 시선을 돌리면 그는 만사태평하게 수돗물을 잔에 붓고 있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얼음을 넣어주고 있는 건 후지와라 적으로 고평가지만, 그런 건 지금은 아무래도 좋다.
(시간 제한은……기껏해야 1분!)
어쨌든, 아무리 신에게 바라건대 시간은 나아간다. 그래, 시간의 흐름은 한순간으로, 이렇게 허둥대는 동안에도 1초, 또 1초씩 카운트다운 수치는 0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다.
후지와라는 생각해──무모하게도, 두가지를 생각하려고 시도했다.
──병립사고.
이것은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을 뇌가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다.
라고, 여기까지 들으면 어렵게 느껴지겠지만, 인간은 의외로 병립 사고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시험공부에 음악을 들을 때나, 많은 사람과 대화를 할 때 등이다.
──하지만!
상기해둔 예는 『무의식』으로 행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면, 『습관』이라고 표현하면 좋을까. 일상생활에 들어가는 것으로, 뇌에 대한 부담은 줄어든다.
그런데 의식해서 실시하면, 이것은 꽤나 어렵다.
그것이 후지와라같은, 기본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인간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것이 그녀의 친구──시노미나 카구야나, 그야말로, 시로가네 미유키라면 번거롭지도 않지만, 원래 스테이터스가 아무렇지 않게 높은 후지와라도, 이럴 때는 평소 행실이 말한다.
(집중……집중이에요……! 남은 시간은──약 30초!)
각오는 정했다.
후지와라는 두 눈을 펼쳐진 체, 테이블 위에 놓인 메뉴표를 응시했다. 시력이 보통으로 좋은 그녀지만, 기분이 고양된 탓인지 꾸욱하고 얼굴을 가까이 했다.
이것도 저것도 그녀에게 있어서는 군침이 입술에서 떨어질 것 같은 일품이지만, 다시 말하지만, 시간 제한은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다.
「으으으……, 이걸로 할까나아. 그치만그치만, 이걸로 한다는 방법도 있네요……」
신음 소리를 내는 후지와라.
결국엔 심호흡을 하고, 초조해하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한다.
곁에서 보고 있으면 『이 여고생은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같은 모습이다만, 슬프게도, 태클거는 역은 후지와라 분은 적당량으로, 자기 분은 컵 가장자리 5밀리 아래로 붓는 것에 전념하고 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시로가네가 돌아오기에는 시간이 걸리는 듯 했다.
(가능한 싼 걸로! 가능한 싼 걸로!)
중요한 일이라서, 두 번, 뇌내 재생시킨다.
후지와라는 저것도 아니고 이것도 아니라며 찾아보면서──운좋게도──동시에 몇질 전 일을 생각하고 있었다.
§
사립 슈치인 학원.
일찍이 귀족이나 무사 가문을 교육하는 기관으로 창립된 유서 깊은 명문교이다!
계급제가 폐지된 지금도 여전히, 부잣집에서 태어나, 장차, 나라를 짊어질 재목들이 많이 취학하고 있다.
도쿄 미나토 구에 본거한 유치원~대학까지 일관교지만, 편입이라는 형태로 입반 입시가 이루어지게 된다. 이건 전후, 신분의 자유화가 확대되면서 일반 계층의 입학 희망자가 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편입은 그정도의 범인이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편차치는 바보처럼 높아, 어쩌면, 그 수치는 77안팍!
설사 합격했다 하더라도, 그들은 가시밭길을 걷게 된다.
원래부터가 상급 계층만으로 성립되었던 이 학교에서는 신분 피라미드가 있어, 뒤집는 거은 불가능에 가깝다. 라고할까, 불가능하다.
그리고 제일 아래 계층이──『퇴원』, 즉, 중도 입학 학생들이다. 그들 위에 있는 『순원』 학생들이 있고, 그들 사이에는 절대적인 벽이 있다.
그런 가운데, 학원 사상 세 번째의 『퇴원』인 학생회장이 나타났다.
1학년이면서도 멋지게 당선된 것이──시로가네 미유키인 것이다.
후지와라 치카는 서기이며, 시로가네의 부하다.
물론 학생회 멤버로서, 부회장이나 회계인 학생이 있지만, 이번 이야기에는 별로 관계 없다.
며칠 전.
학생회실을 이용하는 사람은 그 날, 드물게 두 사람밖에 없었다.
시로가네와 후지와라다.
평상시에는 부회장과 회계가 있지만, 부회장인 시노미야 카구야는 집의 사정, 회계인 이시가미 유우는 일찍 일을 끝내고 신작 게임의 구입을 향해 갔다.
벌써 두 사람도 일을 끝내고, 지금은 잡담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시가미 군, 새로운 게임을 사겠다고 하던데, 시간을 맞출 수 있을까요?」
「아아, 그건 나도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뭐든지 예약하고 있다고 해서 말이야. 발매일로부터 한 달 이내라면 언제라도 찾으러 가도 되는 것 같아」
「역시, 이시가미 군이네요―, 회계 일도 오늘은 엄청난 속도로 끝냈고요」
헤에―, 하고 후지와라는 감탄했다.
시로가네는 그녀가 타준 커피를 마시며 마음속으로 동의했다.
(자신에게 흥미가 있는 것에는 전력이 될 수 있다. 게임이라고 해도, 훌륭하군……. 뭐, 이시가미에게는 조금 더 시야를 넓혀 사물을 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지만……. 그리고, 기말 테스트는 보통으로 낙제점을 받았었고……그 녀석, 진급이 가능한걸까……)
시로가네에게 자신을 갖고 『후배』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이시가미정도다.
학생회장이라는 직책상, 친한 선후배 하나둘씩은 있을 것 같지만, 시로가네의 날카로운 눈매때문에 그는 일반 학생들에게서 경외의 대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여기서 강조해두지만, 별로, 그가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는 꽤 신망되고 있다.
──『질실강건』.
──『총명영지』.
시로가네를 나타내는 사자성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말들을 체현하듯이 높은 성적을 남기고, 이 슈치인 학원에서도 수석으로 군림하고 있다.
최근 열린 1학기 기말 테스테에서는 보기 좋게 1위를 잡고, 4연속 톱이라는 위업을 기록 중이다.
또 전국 모의 시험에서도 정점을 다투어, 천재들과 호각이상으로 다투는 맹자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시로가네 미유키가 학원 사상 세 번쨰 『퇴원』인 학생회장인 것은 위에서도 말한 것이지만, 처음에는 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은 학생이 몇 사람이나 있었다. 학생회장 자리를 내려놓게 하려고 획책하는 것은 기본이고, 그 중에는 학원에서 내쫓으려고 책모를 짜는 학생도 있을 정도다.
실제로, 두 번째 『퇴원』인 학생회장은 부활동 연합의 회의에서 실례인 태도를 취해버려, 부모의 근무처가 캄보디아로 보내졌을 정도다. 그에 따라 두 번째도 학원을 떠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시로가네 미유키는 훌룡한 남자였다.
두뇌는 말할 필요가 없고, 모범적인 행동으로 학생들의 경외감을 모으는데 그다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정평이 난 날카로운 안광이다. 그야 이젠 두려움 받는 것이다.
──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시로가네 미유키라는 인간은 두뇌명석하고,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다, 이러한 평가를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으로부터 받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실수이다.
그는, 일종의 노력 중독이다.
자・신・은・우・수・한・인・간・, 천・재・라・고・믿・으・며・정・신・적・안・정・을・도・모・하・고・있・는・것・에・불・과・하・지・않・는・것・이・다・.
면학이라 해도 마찬가지이다. 확실히 시로가네는 그 근처에 말하는 잡초와는 상당히 다른 존재지만, 1학년 때는 거기까지는 아니었다.
9위→4위→1위라는 설움을 발판으로 착실히, 호시탐탐 학년 선두 자리를 노렸던 것이다.
그러므로, 그는 천재는 아니다. 오히려 범인의 범주다.
천재들과 싸우기 위해 매일같이 보통이 아닌 수련을 주고, 실행하는 것이다. 그 의지력은 무시무시한 것이다.
눈매가 나빠 경원하기 쉽지만, 그는 지극히 『선인』이다.
어려운 사람은 그냥 둘 수 없고, 상담은 성심성의껏 대응하고, 오히려 자신이 도움이 되려고 도와줄 정도.
눈매가 나쁜 것은 단순히 수면 부족이다. 학생 생활, 방과후 학생회 활동, 아르바이트, 게다가 하루 열시간의 공부라는 인간을 초월한 처사는 실로, 너 언제 자는거야? 라고 의심할 레벨이다.
(내가 학생회장으로 취임하고 나서, 벌써 반년……. 시노미야의 건에 대해서는 그거지만, 그걸 빼도 눈 깜짝할 사이였구나……)
종종 회고에 젖었다.
우아하게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돌연, 후지와라가 말했다.
「회장!」
「무슨 일이지 후지와라 서기?」
「끝말잇기 하지 않겠나요!?」
「……그건 또, 갑작스러운걸……」
시치미를 뗴고 말았다.
갑자기 무슨 말하는 거야? 라고 말끄러미 바라본 시로가네는 나쁘지 않을 것이다.
후지와라 치카는 아무것도 모르는 학생에게는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학생이라는 인상을 가지고 있다.
──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확실히 후지와라는 온화하고 상냥한 성격의 소유자면서, 또한, 매우 사랑스러운 소녀다.
매력 포인트인 극흑색 리본을 앞머리에 장착했고, 탁 트인 두 눈동자는 늘 반짝반짝 빛난다.
게다가 가슴이 크다.
게다가 가슴이 크다!
이른바 포근포근 거유이다.
정치가 일족의 차녀이며, 증조부가 전 총리대신이며, 숙부가 현직 성대신과 그러저럭 혈통의 소유자이다.
마땅하다고 해야할지 집안 규칙이 웬만큼 어렵고, 게임이나 만화같은 속된 오락은 금지되어 있다. 설령 하려고 해도 아버지에게 상담할 필요가 있다.
그녀가 이상하리만큼 삐뚤어지지않고, 마음 상냥한 소녀로 성장한 것은, 오로지, 사랑이 있는 가정에서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소녀와 적당한 사이가 되면, 그녀의 이질적임이라고 할까, 마이페이스함에 농락당하게 된다. 확실히 말해서 꽤나 그런 여자아이다. 기행이 아주 눈에 띈다.
그 또한 그녀의 장점으로 결론지을 수 있다면, 그 사람도 또한 닮은 사람일지도 모른다.
(끝말잇기인가……. 변함없이 후지와라 서기의 분방함에는 어안이 벙벙함을 넘어 감탄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도 않은가. 하지만, 신경이 쓰이는 게 있다)
「덧붙여 묻지만, 어째서 끝말잇기를?」
후지와라로부터 시선을 돌려, 그녀의 뒤이엤는 찬장을 본다.그 중에는 그녀가 가지고 온 많은 게임이 모여있는 것이다.
평소같으면 무엇인가 적당히 꺼내들 터……라고, 시로가네는 약간 의문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그녀는 씩 웃으며 말했다.
「실은 저, 최근 어휘력을 키우고 있어요!」
「호오. 그건 좋은 마음가짐이군. 생각해보면 쉬는시간에는 독서에 열중했지」
「네! 뭐어, 아버지께 지난 번 시험 결과가 좋지 않아서 혼나고, 억지로 넘겨받았는데요」
봐주세요, 굉장히 내용이 두꺼워요! 라며 학교 가방에서 책 한 권을 꺼내는 후지와라.
봐보면, 확실히 두툼하다. 책애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보면 현기증 날 물건일 것이다.
「1000페이지 정도는 되지않아?」
「아뇨, 1003페이지에요」
정색하고 대답하는 후지와라에게, 시로가네는
「그, 그러냐……」
하고,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없었다.
시로가네는 빈 머그컵을 테이블 위에 두면서, 흠하고 생각했다.
대치하고 있는 것이 후지와라가 아니라 호적수인 시노미야 카구야였다면 의도가 있지 않을까 의심의 대상이지만, 그녀에 한해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후지와라 서기, 이렇게 말하면 뭣하지만, 나와 자네는 지식량의 차이가 너무 많지 않나?」
불쾌해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그렇지만 시로가네는 사실을 고했다.
그의 말대로다.
만일 후지와라가 학원의 도서관 레벨이라면, 시로가네는 시의 도서관 레벨이다..
전력차가 너무 크다는 지적은 너무나 이치에 맞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그녀도 알고 있다.
(후훗. 아무리 저도 대책없이 움직이는 건 아니니까요!)
지금은 정치가 일족의 힘을 보여주마! 내심, 그런 것을 맹세하는 후지와라. 그리고 악랄한 얼굴이 되었다.
다만, 그것은 일순간.
평소 나타난 미소를 이번에는 더 밝게하며, 그녀는 시로가네에게 제안했다.
「보통으로 일본어라면 제가 회장을 이길 수 있는 전망은 제로에요. 하지만 회장, 지금, 세계는 글로벌화가 진행 중이에요! 사람, 물건, 정보, 그리고──」
「과연, 언어도 후지와라 비서는 말하고 싶은거냐?」
「역시 회장!」
「그리고 너는, 외국어를 끝말잇기에 쓰고 싶다고」
생글―하고, 그 근처에 잡초가 보이면 반할 미소를 짓는 후지와라.
하지만 상대는 슈치인 학원의 장, 시로가네 미유키다.
이제와서 그런 공격은 소용 없다. 이것이 이성으로 신경이 쓰이는 시노미야 카구야라면 어쨌든, 상대는 기행 소녀인 후지와라 치카.
귀여운 소녀라고 남자의 성품이 고로 생각하는 것을 극히 드물게 있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이성으로는 보지 않았다. 그건 그녀도 마찬가지이며, 그런고로, 두 사람은 절친한 친구 관계인 것이다.
(흠……이것은 언뜻 보기에, 쌍방에 이익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무렇지 않게 재녀인 후지와라 쪽이 압도적으로 많은가)
시로가네는 기억하고 있다.
그건 그렇고, 프랑스 자매학교, 파리 고교와 친선을 겸한 파티. 그 때 시로가네가 서투른 단어밖에 말하지 못한 것에 비해, 후지와라는 나불나불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그때부터 독학으로 프랑스어를 공부하고 있으니까 알겠어. 이 녀석은 어학에 관해서는 얕볼 수 없다)
그녀가 말하길, 『일본어가 위하감이 있어요―』라는 것.
평소 엉뚱한 행동때문에 잊어버리기 쉽지만, 후지와라 치카는 상당히 재녀이다.
「역시 정치가의 딸이군. 좋은 전략이라고 솔직하게 칭찬할까」
「어? 회장이 저를 칭찬해준다니 신기하네요!」
「게다가 나는 네 제안을 받아들이지. 애초에, 외국어를 쓰는 건 상당히 일반적이어서 말이지. 단, 외국어를 사용할 때는 일본어 번역을 말할 것. 그렇게 없는 말을 말했다간 참을 수 없다」
「물론이에요. 앗, 그럼 추가 룰로 읿ㄴ어 번역도 선택지에서 제외하는 건 어떤가요? 거기에 제한 시간은 30초로!」
「이의는 없다」
시로가네 미유키VS후지와라 치카.
과연 지금, 슈치인 학원 학생회실에서, 한쪽은 학생회장, 한쪽은 5개국어를 말하는 재녀와의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종목은──끝말잇기!
끝말잇기는 말장난의 하나, 앞사람이 말한 말의 마지막 음절을 잡고, 그것으로 시작하는 새로운 말을 한 후, 차례차례로 이어지는 게임이다.
「준비는 됬나요?」
「훗, 선공은 양보하지」
말하면서 해냈다는 입모양을 하고, 후지와라는 또 영악한 미소를 띠었다. 분명히 말해서, 여자 아이가 짓기에 좋은 건 아니다.
하지만, 시로가네는 이해했다. 상대하고 있는 소녀는 대등한 호적수라는 것을.
(이 녀석은 승부사가 되면 상당히 강한 면을 보이니까 말이야. 방심은 금물이다)
후지와라 또한 이해하고 있다. 상대하고 있는 청년은 라스보스 이상의 존재임을.
(회장은 쓸데없이 자존심이 강하니까, 틀림없이 진심으로 올거에요. 게다가 통찰력도 뛰어나고, 이번 승부에서 반칙은 일단 쓰지 않아요. 하지만 이길 수 있어요! 이겨서 내일 카구야 씨랑 이시가미 군에게 자랑하고 싶으니까 질 수는 없어Yo!)
텐션이 이상해져, 어미가 이상해졌다.
시로가네와 후지와라, 양자의 시선이 엇갈렸다.
눈동자는 어느쪽도 반짝거리며 빛나, 승리만을 요구하는 것으로 보였다.
심호흡을 하고 나서, 선공인 후지와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러면 무난하게 ──『끝말잇기(しりとり)』」
「흠……『땅りく』이다」
「『쓰레기(くず)』에요!」
망설임 없이 즉답하는 후지와라.
이에 반해, 시로가네는 전율이 스쳤다. 무심코 그녀를 다시 바라보지만, 후지와라는 『?』인 퀘스쳔 마크만 머리에 낼 뿐이다.
(여자가 당당하게 『쓰레기』라니……예전부터 느끼고 있었는데, 이 녀석 진짜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군)
「……『(줌ズ―ム)』으로 어떨까」
「『무자각 괴롭힘(無自覚むじかく)』이에요!」
「『구구단(くく)』」
「『구획(くかく)』이요!」
「『뽕나무(くわ)』」
「『만곡(わんきょく)』이에요!」
여기서 시로가네는 한숨을 쉬고 나서.
「…………『곰(くま)』이다」
그래, 대답했다. 그리고 초조하게 혀를 한번 찼다.
후지와라는 그런 시로가네를 봐도 불쾌감을 드러내지 않고, 싱글벙글 미소를 잃지 않았다.
(후후훗, 어떤가요 회장! 이것이야말로 확실한 승리의 한 수, 『한글자 공격』입니다!)
겉으로 싱글벙글 웃는 얼굴, 그러나 내면에서 후지와라는 만족스럽게 웃었다.
──『한글자 공격』!
지금과 같이, 전회와 같은 글자로 해서 단어를 채워가는 전법이다.
옛날부터 끝말잇기는 시간 낭비때문에 사용되어 왔다. 대부분의 경우는 쓸데없이 싸움이 길어져, 시간만이 쓸데없이 지나간다.
만약 승리에 목이 마르다면, 그에 상응하는 『전법』이 필요한 것이다.
(알고 있었지만, 역시 『한글자 공격』을 사용해 왔나……. 아직 『く』로 시작하는 단어의 수는 있지만, 귀찮다……)
그렇다고는 해도, 시로가네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아직 초반의 초반, 전초전이지만, 어떻게든 이번 후지와라 서기로부터는 심상치않은 기백을 느꼈다.
짐작이지만 금빛 오라가 나오는 것 같다.
언제나 이정도라면 더 평가 받을 수 있을텐데, 슬프게도, 평소의 그녀는 핑크뇌다.
「앗,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마약(まやく)』이에요!」
「어이어이, 뒤숭숭한 단어구나──『구축(くちく)』」
「회장님도 저한텐 말하지 못한다구요~. 음──“cook(クック)”. 일본어로는 친숙한, 요리사네요」
「……여기서 영어인가. 하지만 후지와라 서기, 빨리 사용하면 몰리는 게 아닐려나?」
「아하하, 설마요~. 아직도 할 수 있어요~」
시로가네의 도발에 후지와라는 응하지 않았다.
여기에는 그 시로가네도 속으로 낭패했다.
(오늘 후지와라는 이상하다. 뭐냐, 뭐가 그렇게까지 그녀를 그럴셈으로 만든거지!? 시노미야나 이시가미에게 오늘 일어난 일을 말해도 믿지 못하겠지……)
동요를 감추지 못하는 시로가네.
후지와라는 정말 좋아하는 친구 카구야가 항상 짓고 있는 새침한 얼굴로, 그런 그에게 되물었다.
그것은 잠시 여유로움의 표현.
정신적으로 내가 유리하다고, 그녀는 말하고 있는 것이다.
──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해버렸어요! 그만 영어를 써버렸어요! 이래선, 제 일본어 실력이 다 떨어져간다고 회장에게 가르쳐주는 거죠!? 아뇨, 아직 있지만! 카구야 씨, 부디 저에게 힘을! 힘을 주세요!)
빌려달라고 말하지 않고, 달라고 말하는 시점에서 본인의 욕심이 보인다.
그렇다고는 해도, 다시 말하지만, 아직 초반이다.
시로가네는 곧 냉정을 되찾아, 게임을 재개시켰다. 다음 한수를 조용히 내놓았다.
「그렇군──“clock(クロック)”. 일반적인 일본어로는 시계군」
찰나, 후지와라에게도 방금 전 시로가네와 같이, 충격을 받았다!
(여기서 회장도 영어!? 엣, 어째서어째서!?)
후지와라는 시로가네의 학력의 높이를 잘 알고 있다.
그와는 고등학교 때부터의 친분이지만, 일반 학생보다는 그를 알고 있는 자긍심이 있다. 같은 반이고, 학생회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그야말로──본인이 들으면 격노하겠지만──카구애보다도 본래 시로가네의 행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설마 회장……끝말잇기도 폐품인가? 아니 그래도, 역시 끝말잇기에서 폐품은 없겠죠……)
뇌리에 스치는 것은 시로가네와 단 둘이 보낸 나날.
객관적으로 들으면 청춘의 한 페이지와 같이 느껴지지만, 그 진실, 청춘 등과는 거리가 먼 『지옥』이었다.
후지와라 치카는 시로가네 미유키를 좋은 의미로도 나쁜 의미로도 알고 있다.
좋은 의미로는 역시 어려운 사람을 돕는 호인스러운 성격에 두뇌가 명석한 것일 것이다. 그가 내세우는 신조는 참으로 존경스럽다.
나쁜 의미로는──뭐어, 폐품같은 점이 있다는 것이다. 배구의 서툼도, 그리고 가창력이 별로 없는 것에 후지와라는 절규한 것이다. 게다가 열심히 노력하는 그를 보면 모성 본능이 간질거려……그를 일류 선수로 키워(과장), 일류 가수로 키워보인 것이다(과장).
「저기 회장」
「……?」
「혹시 끝말잇기도 서툴다, 라는 건 아니죠?」
참지 못하고 묻자, 시로가네는 기가 막힌 듯 어깨를 움츠렸다.
「어이어이, 역시 끝말잇기는 보통으로 한다고. 얕봐서는 곤란하다」
「……그, 그렇죠―!」
후지와라는 빠직했다. 관자놀아가 꿈틀거리고 만다.
시로가네
는
후지와라
의 심경을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평상심, 평상심이에요! 내가, 실은 할 수 있는 아이라는 걸 어필하는 겁니다!)
습―하아―하고 심호흡을 한다.
「“christmas(クリスマス)”입니다! 일본어 번역은 필요없죠」
「“smile(スマイル)”. 일본어로는 미소다」
말한 본인이 웃는 걸 보인다면, 대부분의 학생이 비명을 지를 것이다.
「또, 또 영어인가요……」
「무슨 말을 하는거야, 룰의 범위 내겠지」
「아, 아뇨아뇨! 물론 괜찮다구요? 그럼──“rule(ル―ル)”입니다!」
그거, 내가 지금 말한거잖아! 라고 외치고 싶은 충동을, 시로가네는 어떻게든 억제했다.
천천히 무언으로 노려보니, 후지와라는 잘난 듯한 얼굴로 브이 사인을 했다.
「……『루마니아(ル―マニア)』는 어때」
「『あ』인가요……──『암막(あんまく)』입니다!」
「『구두(くつ)』」
「『이쑤시개(つまようじ)』에요!」
「『자각(じかく)』」
「『공백(くうはく)』이에요!」
「『풀(くさ)』──위험해라」
아뿔사! 하고 입을 다물었지만, 시로가네는 한 가지 실수를 해버렸다.
이래서야 생각할 것도 없이 답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후지와라는 우후후―하며 웃으며, 가차없이 부추겼다.
「이런 회장, 하면 안되는 실수네요」
「……됐으니까 빠리 대답해라」
「흐흥──『울타리(さく)』입니다. 앗, 이 경우에는 동음이의어는 안하는 걸로 부탁드려요~」
「알았다. 그렇군──『고락(くらく)』」
「『굴삭(くっさく)』이요!」
「『공덕(くどく)』」
「……“quick(クイック)”입니다!」
「『고육(くにく)』」
「…………“classic(クラシック)”이요!」
「『근심(くったく)』」
「………………『굴욕(くつじょく)』이요!」
여기서 자력의 차이가 나고 있었다.
시로가네가 술술 말하고 있는 반면, 후지와라는 점차 해답에 시간이 걸리기 시작했다.
물론 후지와라도 편차치 77이라 하는 명문교, 슈치인 학원에 재적하고 있는 학생이다. 때문에, 그녀의 어휘는 아직 바닥은 아니다.
다만, 그것은 보・통・으・로・게・임・을・계・속・한・다・면・이・란・의・미・의・경・우・의・이야기다.
(설마 『く』로 시작해서 『く』로 끝나는 승부가 되다니……!역시 회장, 추합니다!)
최초로 『한글자 공격』을 걸어온 것은 후지와라지만, 이 여자, 자신의 일은 모른 체하고 있다.
후지와라는 이를 갈았다.
시로가네 또한 이를 갈고 있었다.
(아직 수는 있지만……이 승부, 질 수는 없다!)
여기서 끝말잇기는 크게 변모하고 있었다.
즉──『く』부터 시작해서, 끝이 『く』로 끝나는 단어들이다.
「훗, 이제 이렇게 될줄이야」
「이 승부, 저는 전력으로 이기겠어요!」
양자 서로 노려봤다.
제한 시간은 30초. 이 경우, 시간을 극한까지 이용함으로써 『다음』과 『그 다음』 말을 마련해야 한다.
그냥 끝밀잇기, 하지만 끝말잇기.
이것은 분명한 승부이며, 프라이드 높은 시로가네가, 명예 만회를 노리는 후지와라가──지는 것을 남이 허락해도 자신이 허락하지 않는다.
「다음은 내 차례다. 간다 후지와라!」
「오세요 회장!」
양측의 포효와 함께, 끝말잇기는 더욱 가속된다──!
──30분 후.
「하……하……슬슬 포기하면 어떨까, 후지와라 서기?」
「그건 제 대사에요……집요하고 끈질긴 남자는 싫어한다구요」
「그렇다면 나도 말하지만, 집요한 여자는 싫어한다」
어깨로 숨을 쉬는 시로가네와 후지와라.
30분 동안, 한순간의, 속박 게임을 하는 담력.
이제 여기까지 오면 단순히 오기다.
(어차피, 이제 한계라고……. 랄까 이 녀석, 역시 어학에 관해서는 대단하다……. 내가 모르는 언어를 다양하게 사용해서……)
(이제 한계에요~……. 그렇다고 할까 회장, 어째서 일보어랑 영어만으로 여기까지 늘릴 수 있나요!? 무서움을 넘어서 끈질겨요!)
시로가네는 고개를 뚜둑뚜둑 울리면서, 은근히 시계 쪽으로 눈길을 보냈다.
그리고 「앗」하고 소리쳤다.
「위험해, 슬슬 아르바이트 전에 가지 않으면……. 후지와라 서기, 게임은 여기서 일단 중지하고, 나중에 이어서 해도 괜찮을까?」
「그건 괜찮지만……회장, 이번엔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요? 이대로는, 평생 계속 될 것 같고」
후지와라가 말한대로였다.
속박 게임을 하고 있었다고는 해도, 원래, 끝말잇기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く』의 다음은 다른 단어로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 만약 『く』에서 지더라도 다른 단어에서 이기면 될뿐인 것이다.
시로가네도 그건 알고있었다.
「그렇군……이 게임, 무승부로 할까」
「네!」
둘다 한손을 내밀고, 악수를 나눈다.
이성과의 접촉이 별로 없는 두 사람이지만, 서로 이성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나는 돌아가지만……너는 어쩔거지?」
「저도 돌아갈래요~. 방에 혼자 있어도 괜찮고, 이 방 에어컨이 없어서 더우니까요~」
학생회실에는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 않았다. 게다가 난방도 없다. 따라서,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
재빨리 귀가 준비를 끝내고, 시로가네와 후지와라는 함께 학생회실에서 나왔다. 자물쇠를 단단히 잠그고, 도중, 직원실에 들려 열쇠를 돌려주었다.
승강구로 향하는 중, 그러고보니 시로가네는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했다.
「생각해보면, 후지와라 서기와 이렇게 단 둘이 있는 건 꽤 오래간만이군」
「그렇네요~. 마지막은 분명, 교가 연습이 마지막 아닌가요?」
라고, 여기서 후지아롸는 미소를 없애고, 정색을 하고 말을 계속했다.
「아니 진짜, 그 날은 『지옥』이었습니다」
「──다시 한번 고맙다. 후지와라 서기 덕분에 나는 성장할 수 있었어」
「……회장님은 치사하네요. 답례를 해주면 용서해줄게요……」
후지와라는 수줍은 듯 웃었다.
시로가네는 에헤헤거리며 뺨을 긁는 그녀에게, 고마움과 미안함을 새삼 느꼈다.
평소 기행때문에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상당히 도움을 받았다.
에헤에헤 거리며 행복에 빠져드는 그녀를 상관없이, 시로가네는 끝말잇기로 피폐해진 뇌를 열심히 돌렸다.
(벌써 여름방학……. 분명 이 녀석은 상당한 빈도로 여행을 간다고 했지……. 나도 아르바이트로 꽤나 바빠. 방학 전에 뭐라도 답례할까)
「저기, 후지와라 서기」
「뭔가요?」
「방학 전에 시간 좀 내줄 수 있을까. 너에게는 많이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답례를 하고 싶은데」
순간, 후지와라는 딱 하고 멈췄다.
표정이 굳고, 사고도 잠시 정지한다.
이성이 역활을 하지 못하고, 그녀는 본능대로 입을 움직였다.
「지금 뭐라고?」
시로가네는 이상하다는 듯 곡를 갸웃거리며, 다시, 그녀에게 말했다.
「싫어하니까, 뭐라도 답례하려고 생각했다만. 그렇군……함께 식사라도 할까?」
──함께 식사라도 할까?
남자가 여자를 식사에 초대한다, 이것은 말하자면 데이트 신청이다!
시로가네는 이렇다할 긴장도 없이, 전국의 동정이, 꽤나, 말할 수 없는 걸 입에 담은 것이다. 이것이 슈치인 학원의 회장의 힘이다!
라고 하면 오해를 낳을 수 있으므로 말하지만, 시로가네는 동정이다. 오히려, 이상하게 인기가 있지만 교제 경험은 없다고 하는──이른바, 몬스터 동정인 것이다.
그런 몬스터 동정인 그가 어째서 후지와라에게 식사를 권했는가?
이것은 단지, 속셈이 아닌 선의 100%의 말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그녀를 이성으로 보지 않는다.
그렇기에 생기는 대담한 행위.
만일 이성으로서 보고있는 시노미야 카구야라면 이와 같이 능숙하게 할 수 없다.
「그건……회장과 단둘이서 먹는 식사인가요……?」
「뭐, 그렇네. 그게 뭐──」
시로가네는 여기서 비로소 깨달았다.
초여름의 햇볕이 내리쬐는 복도, 남자와 여자가 동행해 걷고, 그리고 남자가 여자를 식사에 초대했다.
(어라? 이건 이른바 데이트 신청인게?)
새삼스럽게 자신의 행실을 깨달았다.
흠……이라고, 일부러 그럴 듯하게 중얼거린다.
하지만 시로가네는 앞서 한 말은 철회하지 않았다.
실제로, 후지와라에게 감사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멋대로 꼬드겨 함부로 말문을 닫는 것은 너무나 실례일 것이다.
「어때? 만약 시간이 되지 않아서 무리라면 다른 방법으로 답례해서──」
「꼭 가요!」
시로가네의 말을 끊고, 후지와라는 큰 소리로 외쳤다.
불쑥 나온 대 불륨에 시로가네는 흠칫 반응해, 드물게 순수한 미소를 띄었다.
고맙다, 고 말하려던, 그는 번쩍 두 눈을 떴다.
「왜 우는거야!?」
후지와라는 울고 있었다.
큰 눈에서 깨끗한 물방울이 뺨을 타고,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흐느껴울며.
「훌쩍……이게 아이의 성장을 기뻐하는 어머니의 기분일까요……? 회장, 저, 기뻐요!」
「그, 그러냐……?」
「장하다 장해!」
발돔움해 시로가네의 머리를 쓰다듬는 후지와라.
동급생에게 하는 말이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는 않지만, 의외로, 시로가네는 아주 마음에 없는 것도 아닌 것처럼 받아들여져 있었다.
지금까지 그가 걸어온 길은 너무나 가혹했다.
──시로가네 가.
직업 미상의 아버지의 건, 산겐자야 도보 20분, 월세 5만엔의 아파트에서 사는 일가이다.
슈치인 학원에 다니는 학생 대부분이 부자집인데 비해, 시로가네 가는 매우 가난한다.
시로가네 미유키는 지금은 학원생활을 즐기고 있지만 처음에는 입학 일주일만에 퇴학하고 싶을 정도였다. 그가 어려운 삶을 살고 있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퇴원』이기 때문이다.
원래 그는 슈치인 학원에 입학할 생각은 털끝만큼도 없었다. 적당한 공립 고교를 응시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의 아버지가 멋대로 특기생 원서를 낸 것이다. 운좋게 특대 범위에 들어갔지만, 그것도 성적은 신통치 않아 추가 합격이었다.
그런 그가 학생회장이 되기로──결심한 데는 물론, 상응하는 이유가 있지만, 이 이야기에는 상관없는 일이다.
어쨌든, 시로가네 미유키──나아가서, 시롸네 가는 여러가지 곤란을 조우해왔다.
예를 들면 부친의 공장 경영 실패.
그리고──모친의 출가.
그에게는 여동생이 한 명 있다. 오빠로서 슬퍼할 여유가 없었다.
어머니의 애정을 모른다고 할 수가 없었다. 여동생은 더 잘 모르니까────.
「흠―, 만족했어요!」
만족스럽게 한숨을 내쉬며, 후지와라는 간신히 시로가네에게서 떨어졌다.
「알고있겠지만, 역시 즐거웠다」
「에헤헤―. 그럼요 회장, 저는 이번 학기 중이라면 언제라도 괜찮아요! 여름방학 전이라면 기본적으로 비어있어요!」
「흠……그럼, 3일 뒤 금요일은 어때? 이 날이라면 다음날은 휴일이고, 나도, 드물게 바이트 시프트가 들어가지 않으니까」
「알겠습니다! 회장, 기대하고 있을게요!」
「오우! 맛있는 밥을 사주지!」
아하하하!
어느덧 도착한 승강구에서 두 남녀의 시끌벅적한 웃음소리가 터져나왔다.
또한, 그들의 이야기의 자초지종을 듣고 있던 일반 학생들 사이에는 당분간 『시로가네와 후지와라 연애 의혹』이 흘러나오게 되었다.
§
장면은 돌아오고, 현재는 금요일의 방과후. 일찍 학생회의 일을 끝내고, 시로가네와 후지와라는 저녁 식사 시간에 모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에 가고 있었다.
덧붙여서, 시노미야 카구야는 갑작스런 두 사람의 귀가에 당황하고, 이시가미 유우는 『회장과 후지와라 선배, 데이트라도 가는건가……?』라고 짐작하는 것이 무서워서 그도 다시 철퇴했다.
어쨋든, 그 때, 후지와라는 너무나 기뻐서 자기를 잊고 있었다.
아들(거짓말)의 뜻밖에 성장에 맹목적이 되고 있었던 것이다.
(회장 집이 무척 힘들게 살고있는 건 본인 입으로도, 그리고 케이 쨩으로부터도 눈치채고 있었어요. 그런데 어째서 나는 안이하게 승낙해버린건까요!?)
후지와라는 후회하고 있었다.
그 떄 시로가네의 『맛있는 밥을 사주지!』라는 남자다운 말에, 해냈다! 라는 생각이 가득했지만, 문득 정신을 차리자 꽤나 문제가 생긴 것이다.
「싼거싼거싼거싼거싼거싼거」
중얼중얼 중얼거리는 모습은 꽤나 호러다.
두 사람이 찾은 곳은 모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이다.
가격이 싼 요리가 비교적 많지만, 그래도, 당연하지만 요금이 발생한다.
금전 감각이 둔한 어느 도련님이나 아가씨와는 달리, 후지와라는 그 근처는 일반 상식을 알고 있었다.
「──기다렸지」
머리 위로부터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들면 거기에는 시로가네가 있었다.
그의 양손에 쥐여진 것은 두 개의 잔. 한쪽은 적당량의 수돗물이 들어간 잔, 한쪽은 한계까지 수돗물이 담긴 잔이다 .
그 가난 근성에, 후지와라는 마음 속으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이번에 집에 있는 과자를 가지고 오자, 그래, 굳게 결심했다.
「정했어?」
후지와라는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에! 그럼 이 햄버거로!」
그러자, 여기서 시로가네는 고민하는 기색을 보였다.
턱에 손을 얹고 「흠……」하고 중얼거린다.
후지와라는 그 모습을 보고 정신이 없었다.
(혹, 혹시 회장에게는 비싼 거였나!? 그, 그치만 세금 포함 338엔으로, 이 가게 메뉴 중에서 상당히 저렴할 터!)
「알았어. 세트는 A세트로 괜찮을까?」
「후에? 세트, 인가요……?」
「……? 설마 햄버거 뿐? 하지만 후지와라 서기, 그럼 너무 허전하다고 생각하는데……」
찰나, 엄청난 충격이 왔다!
──그릴 메뉴―.
두 사람이 찾은 패밀리 레스토랑의 메뉴에는, 밥이나 빵 같은 것은 곁들어지지 않았다.
세트, 라는 형태로 추가 요금을 지불함으로써, 이를 주문할 수 있는 것이다.
후지와라는 완전히 실념하고 있었다. 겉보기 수치에 속았던 것이다.
그녀는 갈등했다.
본심을 말하자면, 적어도 밥은 먹고 싶다. 역시 햄버그만으로는 너무 허전하고, 무엇보다, 너무 괴롭다.
하지만 방금 나는 결심했을 것이다.
회장의 소비를 최대한 억제하자고!
천사와 악마가 속삭인다.
천사가 말하기를, 「안 돼요! 회장에게 감사하는 건 저도 마찬가지에요! 집에는 과자도 있고, 여기는 참아야해요!」
악마가 말하기를, 「뭐어 뭐어, 괜찮지 않나요. 이건 아들이 어머니께 드리는 답례라구요? 오히려 어리광 부리지 않으면 실례에요~」
후지와라는 조심조심 물었다.
「회, 회장은 어느 걸로 하시나요……?」
「응? 나말이야? 나는 닭튀김 정식으로 할 생각이다」
정식 메뉴 항목을 빛의 속도로 열고, 후지와라는 닭튀김 정식, 그 값을 확인했다.
──세금 포함 738엔.
단품 햄버거의, 두 배에 가까운 가격이다.
그녀는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말했다.
「밥과 수프 바가 있는 B세트를 부탁해요」
밥과 수프 바가 있는 B세트는 세금 포함 322엔.
338+322=660엔.
이 여자, 세트 중에 가장 비싼 걸 고르면서도 시로가네보다 싼 값으로 만들어서, 약간의 죄책감을 떨쳤다.
덧붙여서, 이 때 시로가네의 심정은 이랬다.
(사주는 쪽이 사는 쪽보다 비싸도 괜찮은건가……?)
라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남자가 여자에게 보답한다.
시로가네에게 이런 시대착오적인 생각이 아직도 남아있다. 무엇보다, 권유한 건 그다. 아무리 상대가 후지와라라 해도, 남자로서 폼을 잡고 싶다.
「후, 후지와라 서기. 디저트같은 건 필요없어? 특히 이 치즈 케이크는 아주──」
「앗, 아뇨. 밤에 단 음식은 충치가 생기기 쉬우니까 괜찮아요」
여기와서 이 여자, 진지한 대답이다.
시로가네는 깨끗이 격침했다.
탁하고 고개를 숙이고 나서, 점원을 부르는 버튼에 손을 뻗었다.
이윽고 온 남성 점원에게 메뉴룰 전하자, 테이블에는 미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한가하네)
(한가하네요~)
기이하게도 같은 생각에 이른다.
시로가네는 어쩔까 고민했다.
그들이 현재 있는 곳은 공공장소이다.
평소, 학생회실에서 보내고 있는 것처럼 떠들면 가게나 다른 손님에게 폐를 끼친다.
「앗, 맞아요 회장! 체스라도 해요!」
말하면서 후지와라는 휴대폰을 조작해, 한 앱을 기동시킨다. 2인플레이도 가능한 것 같다.
시로가네는 생각으로 고개를 숙였다.
「요전번 끝말잇기에서 무승부였으니까, 전력으로 이기겠어요!」
──체스.
둘이서 하는 보드 게임, 마인드 스포츠의 일종이다. 선공・후공 각각 여섯가지 16개의 말을 쓰고, 적의 킹을 모는 게임이다.
체스는 유희이면서, 『스포츠』이기도, 『에술』이기도 『과학』이라고도 하며, 이기기 위해서는 이 재능들을 종합적으로 갖출 필요가 있다고 한다.
2인 유한 확정 완전 정보 게임의 게임 이론으로 구분되는 이 놀이에서는, 『운』같은 불확정한 요소는 전무.
선공이 계속 최선의 수를 치면 선공이 승리하고, 반대로 후공이 계속 최선을 다해도 무승부가 한계다.
체스에 필요한 것은 장기적인 작전인 『전략』과 단기적인 몇 수 정도의 『전술』.
이들 2가지가 체스에서는 필요하다.
「하지만 체스인가. 나, 별로 한 적 없다만……」
「앗, 그런가요? 그래도 안심해주세요, 저도니까요!」
무해하니까요! 라고 후지와라는 자기 가슴을 두드렸다.
──만!
────그것은 거짓말이다!
이 여자, 자신이 소속된 테이블 게임부에서 상당히 많은 전장을 체험하고 있다.
일부러 체스같은 꽃같은 여고생에게 맞지 않는 앱을 넣고 있는 것도, 오로지, 부원들에게 몇번이나 져서 분했기 때문이다.
(회장은 아무래도 초보자 같네요, 이건 즐거운걸요)
흐흥, 하고 후지와라는 당장 이긴 기분이 들었다.
시로가네는 그녀의 절묘한 변화를 눈여겨보지만, 지적하지 않았다.
양쪽 목소리를 맞춰 개전을 입에 담는다.
「「──승부!」」
선공은 시로가네였다.
이것은 상냥한 마음을 가진 후지와라가 양보했기 때문이다.
그녀는, 『무참하게 이기면 회장이 불쌍하구요』라며, 깔보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체스에서는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고 위에서 말했다만.
체스 한 판에는, 『초반』, 『중반』, 『종반』으로 세 부분으로 나눠 생각할 때가 많다.
『초반』은, 개시 10수에서 25수를 가리키며, 대국자가 전투에 데비하여 말을 전개한다.
『중반』은, 많은 말들이 전개되어, 국면을 우위로 컨트롤하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쓴다.
『종반』은, 대부분의 말들이 교환되어 반상에서 사라지게 된 국면이며, 킹이 싸움에서 중요한 역활을 담당한다.
이렇게 치열한 전투는 시작되었다. 선공의 시로가네가 후지와라의 휴대폰을 조작하고, 지금, 개전!
──15분 후.
「회장 거짓말쟁이! 마음 속 깊이, 저한테 사과하세요!」
후지와라의 후회 섞인 노호가 가게 안에 울려퍼졌다.
옆자리에 앉은 화장이 짙은 아주머니가 『어머, 수라장? 수라장인가?』하고 끼어들기 근성을 풀풀 내며 두근두근거리는 중, 후지와라는 험악한 얼굴로 시로가네에게 따진다.
「이상해요! 이상하다구요! 어째서 제가 3연패인가요!」
3연패.
후지와라는 그렇게 여유를 가지고 있었는데도 상관없이, 시로가네에게 연패 당했다.
그것도 접전도 아닌 어이없는 패배다.
분노하는 후지와라에게, 그러나 시로가네는 새침한 얼굴로 말했다.
「어쨰서냐고 물어도……단순한 운이잖아」
「체스는 2인 유한 확정 완전 정보 게임이에요! 『운』같은 요소가 개입은 못해요!」
「그럼 실력이네」
으으―! 하고 소리를 지르는 후지와라.
그녀를 「자아자아, 신경쓰지 말라고」라며 나무라면서, 시로가네는 뒤에서 사악하게 웃었다.
그것은 결국, 조금 전 시노미야가 한 띄웠던 것과 아주 비슷했다.
(후지와라 서기가 체스에 상당히 자신이 있는 건 알고 있었다. 애초에 그쪽에서 승부를 걸었잖아, 심심풀이란 명목이라고는 해도, 이 녀석은 시노미야 정도는 아니지만 『승리』에 집착하고 있다. 승산이 있는 걸로 싸우려고 하는 건 당연한 거고, 태도도 환하다. 무엇보다──이쪽이 케이 쨩과 얼마나 해왔다고 생각하는거냐!)
후지와라가 거짓말을 했듯이, 시로가네도 거짓말을 했다.
시로가네가 여동생인 케이와 아직 사이가 좋았던 시절, 틈만 나면 이런 장난감으로 놀고 있었다.
물론, 아기자기한 생활을 하느라 전용 체스판이나 말은 없었다. 그러나 규칙만 알면 얼마든지 대체가 가능하다.
그들은 적당한 화장지로 훌륭하게 도구를 만들어 냈고, 틈만나면 즐겨했다.
「딱 한판, 한판만 더 해요!」
「그래……라고 말하고 싶지만, 슬슬 요리가 나올 것 같아. 또 다음에다」
「절대로니까요!」
끝까지 불평하며, 후지와라는 마지못해 하면서도 휴대폰을 가방에 넣었다.
이 여자, 평소에는 천연이라고 하는 한마디로 형용할 수 없는 기행을 하는 주제에, 이럴 때에는 상식적인 행동을 취한다.
시로가네의, 후지와라에 대한 호감도가 3개 올랐다.
「아아―, 역시 회장은 강하네요. 두뇌전은 백전연마군요!」
「어이어이, 그래선 내가 다른 분야에서는 안된다는 것 같잖냐」
웃으면서 말하자, 후지와라는 고개를 갸웃거린다.
「틀린가요?」
시로가네의, 후지와라에 대한 호감도가 3개 떨어졌다.
이윽고 음식이 나와, 그들은 둘 다 두 손을 모았다.
「「잘 먹겠습니다」」
그 광경을 우연히 본 전 중학교 교사 할아버지는 감탄했다. 그는 요즘 젊은이들에게 대단히 불만스러웠지만, 예절을 지키고 있는 시로가네들의 모습을 보고, 자신의 생각을 바꿨다.
아내에게 그 말을 하자, 그녀는 『이 남자, 겁나 쉬워!』라며 혀를 내둘렀다.
(아들이 돈을 벌고, 지금까지 키워준 어머니에게 답례를 하려고 식사에 초대한다. 뭔가 이제 이것만으로 그 『지옥』의 날들이 용서되요)
후지와라는 내심, 폭포처럼 눈물을 흘렸다.
오른손으로 들고 있는 콘수프가 들어간 머그컵은 덜덜 떨리고, 시야는 흐려진다.
이 여자, 고작 660엔으로 저 『지옥』을 『좋은 추억』으로 변화시켰다.
정말 쉽다.
(큭……적어도 좀 더 괜찮은 가게에 가고 싶었지만. 하지만 섣불리 돈을 소비하면 가계부를 쓰는 케이 쨩에게 들키고 말아. 사정을 말하면 용서해주겠지만, 어쩐지, 그건 싫어!)
반면, 시로가네는 역시 내심, 폭포처럼 피눈물을 흘렸다.
닭튀김을 들고 있는 젓가락은 덜덜 떨리고 있고, 싼 음식만 살 수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해 수치를 느낀다.
이상한 공기가 흐르고 있는 것을 짐작해서인가, 다른 손님이나, 그리고 점원조차, 그들의 근처를 다니려고 하지 않았다.
20분 후, 접시 위를 깨끗이 비운 시로가네와 후지와라는 잡담을 했다. 화제는 사소한 일상생활에서 눈앞의 여름방학으로 넘어간다.
「──이제 곧 장기 휴가인가. 후기와라 서기는 여행이었지?」
「여름방학 첫 날은 하와이, 다음은 캘리포니아, 그 다음은 두바이네요」
스케줄장을 가방에서 꺼내는 후지와라는 천진난만한 미소였다.
시로가네는 전율했다.
(잊고있었지만, 이 녀석의 집도 꽤 부자구나……. 그래도 그걸 감안해도 너무 여행가는 거 아닌가?)
「결국, 스페인 토마토 축제는 관뒀구나」
「그거야 물론이에요! 회장이나 이시가미 군, 무엇보다도 카구야 씨랑 밖에서 외출이라니, 다른 예정은 취소하는게 당연해요! 그 카구야 씨랑 밖에 나와서, 게다가 불꽃놀이 대회에요!? 가는게 당연하잖아요!」
「시노미야 가의 교육 방침은 상당히 이단이라고 들었는데……이번 경우에는 그렇지도 않나?」
슈치인 학원 부회장 시노미야 카구야.
총 자산 200조엔을 넘어 철도, 은행, 자동차 등 무려 천을 넘는 자회사를 가지고 있는 4대 재벌 중 하나로 꼽히는 『시노미야 그룹』.
그녀는 그 본가 분류, 총수 ・시노미야 간안의 장녀로 태어난 정진정명의 아가씨다.
노래, 음악, 무예, 어느 분야에서나 눈부신 공적을 남긴 진짜 『천재』.
그렇기에, 시노미야 가의 규칙은 매우 엄격하다.
일개 서민인 시로가네로부터 보면 시노미야 가의 그건 상궤를 벗어난 것이지만, 오히려, 아가씨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는 것일까.
그 근처를 시로가네가 묻자, 후지와라는 「음―……」이라고 머리를 만졌다.
「그렇네요―……제 눈으로 봐도 카구야 씨의 집은 꽤 어려울 것 같아요. 지금이야말로 우리들은 카구야 씨랑 사이좋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만, 옛날에는 『얼음 카구야 공주』같은 말을 듣고 있었으니까요―. 아마, 집의 방침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아아, 그 때인가……. 예전에는 심했었지……」
「회장과 카구야 씨, 굉장히 사이가 나빴잖아요. 그 때 저, 살아있단 기분이 아니었어요?」
그러면서도 학생회를 그만두지 않은 것은, 오로지 후지와라의 간덩이가 이상하기 때문이다.
──『얼음 카구야 공주』.
옛날, 카구애에게 붙여졌던 별명이다. 냉철한 눈빛과 다른 사람을 가까이 하지 않는 분위기에 이끌려, 많은 학생이 그녀를 떠나갔다.
그것이야말로 『두려움』이다.
본능적으로 그들은 이해한 것이다. 범인이 편하게 얘기해서 좋은 사이의 인간은 아니라고.
그런 가운데, 한 사람만, 집요할 정도로 카구야를 따라다닌 인간이 있었다.
그 인물이 후지와라 치카다. 그녀만은 결코, 『얼음 카구야 공주』에게서 도망치지 않고, 친구가 된 것이다.
「──시노미야, 불꽃놀이 대회에 올 수 있을까?」
불꽃놀이 대회.
여름의 풍물시, 일대 이벤트다.
슈치인 학원 학생회는 8월 20일 열리는 놀이에 갈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글쎄요. 카구야 씨는 가고 싶은 듯하지만, 아버님이 허락하실 수 있을지는 끝까지 모르겠어요……」
「그래……」
「그러니까 더더욱, 우리는 카구야 씨가 언제든지 와도 괜찮도록 준비를 하죠!」
후지와라는 분명한 어조로 단언했다.
눈동자에는 확고한 의지의 빛이 비쳐져, 무심코 시로가네는 기백에 휩쓸려버렸다.
시로가네의 후지와라에 대한 호감도가 크게 올랐다.
「그런데 후지와라 서기는, 상당히 시노미야를 좋아하는 구나」
「네! 카구야 씨가 저를 싫어해도, 제가 카구야 씨를 싫어할 수 는 없어요! 그야말로 회장의 폐품이 안 낫는 거나 마찬가지죠」
시로가네의, 후지와라에 대한 호감도가 뚝 떨어졌다.
이 여자, 좋은 일을 하면 나쁜 짓을 무의식적으로 한다.
「회장은 여름방학, 어떻게 하시나요?」
「그렇네……공부와 아르바이트로 바쁠려나」
차분히 말하자, 후지와라는 힘차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
「죄송해요」
「아니 그러니까, 무슨 말을……?」
「죄송해요」
「그, 그래……」
후지와라는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옆에서 보면, 자신은 거만한 태도를 취했던 것이다.
시로가네는 자상해서 별 말이 없지만, 다른 사람이 들으면 불쾌할 것 같기도 하고, 원한도 사버린다.
그렇다고는 해도, 실제로, 그녀는 절친한 친구 카구야로부터 상당한 빈도로 저주를 받고 있지만.
그 일을 깨닫지 못하는 것은 운이 좋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한 학기는 너무 길었지……」
「저는 오히려, 무척 짧게 느껴졌어요~」
「어느 쪽이든, 내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다. 후지와라 서기,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고」
「맡겨주세요!
엄마가 아들
을 제대로 돌볼테니까요!」
곤란하면 사양말고 의지해주세요! 후지와라는 만면의 미소로 시로가네에게 말했다.
(부탁한 건 학생회의 일이지만……. 아니, 사생활도 의지해볼까)
모 유명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두 남녀의 웃음소리가 울린다.
이렇게 해서 시로가네와 후지와라의 방과 후는 막을 내렸다.
앞으로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더 (어떤 의미로) 깊어지게 되는데, 그것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여름방학 전──청춘의 한 페이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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