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올해도 아무도 오지 않았네」

 

 방에 쾌활한 목소리가 울린다.

 

 나는 우울한 기분으로 손안의 전단지를 내려보았다.

 신입부원 모집, 이라 적힌 권유용 전단은 거의 줄지 않았다.

 권유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받아주지도 않았다.

 

「뭐, 단둘이어도 좋잖아」

 

 마주 앉아있는 소꿉친구 키리카는, 이 쇼기부의 참상을 신경쓰는 낌새도 없이 그런 말을 한다.

 

「자, 나도 좀더 연습할테니까. 기운 내」

 

 1학년 때 창단한 쇼기부는, 수많은 유령 부원을 제외하면 나와 키리카 두 사람밖에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키리카는 의리로 어울려주고 있을 뿐, 실질적인 부원은 나 하나뿐이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려다본다.

 교정에는 견학하는 듯한 1학년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였다.

 

「밖은 시끌벅적하네」

 

 키리카는 남의 일처럼 웃으며, 재잘재잘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한 판 할래?」

「……그래」

 

 창문에서 눈을 떼고, 자리로 돌아간다.

 정렬된 나의 진지에는, 비차와 각이 없다.

 

「좀 더 잘하게 될테니까, 나. 그걸로 참아」

 

 키리카는 그렇게 말하며, 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 격려받고 있는 것이다.

 나는 조그맣게 숨을 내쉬고,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현재 상황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야」

 

 요즘 시대, 인터넷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대국할 수 있다.

 동아리로서 쇼기를 둘 필요성은 별로 없다.

 나는 단지,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를 원할 뿐이다.

 키리카는 점점 능숙해지고 있지만, 진심으로 쇼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 이외에서는 쇼기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 그러한 사양이 필요없는 친구를 옛날부터 동경했었다.

 

「그럼 지금 이대로가 괜찮잖아. 난 지금 이 방, 좋아해」

 

 키리카의 손이, 장기판 옆에 놓인 과자로 뻗는다.

 

「어설프게 친한 사람이라든가, 친구의 친구라든가, 그런 신경 쓸 존재가 없어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키리카의 발끝이 내 발끝에 닿았다.

 

「파벌이라든가 누군가의 험담도 없고, 귀찮은 보스 같은 것도 없으니까 말이지」

 

 키리카의 시선이 판에서 멀어져, 나를 향해진다.

 

「타츠야와 나 밖에 없는 이 시간, 나는 정말 좋아해」

 

 언제나같은 약간 장난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진지한 목소리였다.

 옮기려던 손이, 저절로 멈췄다.

 

「그러니까」

 

 키리카의 시선은, 판을 보지 않는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가, 장기판 맞은편에서 나를 향해있었다.

 

「오늘은, 그다지 아무도 안 와도 좋을지도 라고 생각했어」

 

 일순간의 침묵.

 키리카는 거기서 표정을 풀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타츠야는, 이대로 나와 단둘이 있으면 싫은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야」

 

 평소와 분위기가 다른 키리카에게 휩쓸릴 것 같아, 목에서 짜내듯이 대답한다.

 교정에서 들려오는 운동부의 구호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러면 말이야, 신입부원 모집 포스터 떼버리자」

 

 어딘가 농담조로 말하는 키리카의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오기가 느껴지는 인상을 주는 큰 눈동자가, 동의를 구하듯 나를 보고 있었다.

 

「또 1년, 둘이서만 지내자」

 

 키리카가 몸을 내밀고, 장기판이 슬그머니 움직인다.

 달콤한 과자 냄새에 섞여, 키리카가 사용하고 있는 샴푸의 향기가 났다.

 

「그건……」

 

 망설이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을 막듯이, 키리카가 입을 연다.

 키리카의 하얀 피부에, 붉은색이 묻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 알아듣기 힘들었을까. 즉, 나와――」

 

 노크 소리가 났다.

 키리카가 튕기듯 일어나, 뒤를 되돌아본다.

 열린 문 너머로, 한 여학생이 서 있었다.

 

「……쇼기부는 여기가 틀림없을까?」

「……네」

 

 갑작스런 내객에 놀라, 대답이 한 템포 늦어진다.

 그 사이 여학생은 실내로 들어가, 주변을 살폈다.

 

「고문인 선생님으로부터는 부원이 다섯 명있다고 들었지만……」

「다른 세 명은 유령부원입니다」

 

 여학생의 가슴을 확인하면서 대답한다. 3학년임을 나타내는 빨간색 넥타이가 달려있었다.

 

「선배는……무슨 용건이세요?」

「견학이야. 3학년이 오는 건 드물려나?」

「어느 학년이든 드뭅니다. 아직 한 명도 안 왔으니」

 

 선배는 이상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그녀의 시선은 장기판을 향하고 있었다.

 

「비차각 제외라. 네가 더 강한가」

「아, 그게, 하실래요?」

 

 키리카가 일어나, 자리를 권한다.

 

「하던 중이 아닌가?」

「아뇨, 그, 시간을 때운거라서」

 

 선배는 조금 생각에 잠긴 후, 그럼, 하고 의자에 앉았다.

 

「쇼기 경력은 어느정도지?」

 

 말을 정돈하면서, 선배가 관찰하듯 올려다본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했습니다」

「나와 같을려나. 맞장기로 내가 선수를 해도 괜찮을까?」

「네」

 

 선배가 두기 시작한다.

 예쁜 움직임이었다. 그것만으로 상당히 익숙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말을 움직이는 소리만 들렸다.

 밖에서는 여전히 운동부의 구호가 들려온다.

 

「……부활동은, 매일 하고 있나?」

 

 갑작기 선배가 침묵을 깼다.

 고개를 들자, 선배는 진지한 눈으로 판을 보고 있었다.

 곱고 긴 검은 머리와 풍성한 가슴에, 순간 눈이 고정된다.

 

「……부원이 없기 때문에 이틀에 하루 정도입니다」

「그렇군」

 

 말하는 동안에도 선배는 판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분명 설싱한 사람이겠지.

 

「길항하고 있군」

「네」

 

 실력에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쪽이 이기든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흠」

 

 선배가 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긴다.

 종반 단계에 접어들었다. 불리하다.

 선배는 사정없이 몰아온다.

 완전히 승산이 꺾이는 게 보였다.

 

「……졌습니다」

 

 패배를 인정하자, 선배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후수였다면 졌을지도 몰라」

「아마,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 실력이 쟁쟁한 상대와 마주할 수 있는 건 드문 일이지.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어」

 말을 정리하며, 선배가 말을 잇는다.

「너는 대국전문인가? 아니면 중계를 보기도 하나?」

「많이 보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두는 것보다 많습니다」

「과연. 나도 관전을 좋아하지만, 주변에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말야. 그런 상대를 찾고 있었지」

 

 그리 말하며, 선배가 손을 내민다.

 

「3학년 츠노다 시키다. 정식으로 입부하고 싶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 손을 잡는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감촉이, 손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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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위트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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