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

 언제나 보고있었다.

 누구보다고 가까이에서, 그 옆모습을 봐왔었다.

 자연스레 시선이 그의 모습을 따라, 눈이 마주치자 순간적으로 빗나가리를 반복했다.

 

 계기는 모른다.

 눈치채보면 이렇게 되어있었다.

 

 어린 시절에는 항상 함께였는데, 그러다보면 손잡기가 부끄럽고, 같이 가는 것도 부끄러워져서, 교실에서도 이야기를 잘 못하게 되고.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의식하게 되었다.

 키는 나를 훨씬 앞질러버리고, 어느새 변성기가 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우리 몸은 완전히 별개로 변해갔고, 그게 우리 사이에 벽처럼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소꿉친구같은 관계는 오래가지 않는다.

 같은 반이 되어도 거의 이야기 할 수 없게 되었다.

 교실에서 여자들과 잡담을 나누며, 훔쳐보듯 그의 모습을 찾는다. 그 정도의 관계가 됐다.

 아마, 그와의 관계는 이대로 끊어져버리겠지.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행동했다.

 

「키리카?」

 

 갓 만들어진 쇼기부를 찾은 나에게, 그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야. 최근 너무 둔해져서 말이지. 두뇌 운동이라도 할까해서」

 

 농담조로 얼버무리면서,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모처럼의 대화를 즐긴다.

 주위의 시선이 없다면,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아직 내가 더 크고, 그는 변성기가 오지 않았고, 내 가슴도 커지지 않았던 그 때와 마찬가지로.

 

「있지, 하는 법 가르쳐줘. 타츠야는 강하잖아」

 

 그렇게, 나는 잃어버린 그 때의 관계를 쟁취했을 것이다.

 둘만의 세계를, 쟁취했을 것이다.

 그런데.

 

「어제 용왕전 봤어?」

 

 시선의 끝에는, 즐거운 듯 말하는 츠노다 선배의 모습이 있었다.

 맞은편에서는 소꿉친구인 타츠야가 잔잔한 미소를 짓고 있다.

 그리고 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혼자, 잡지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어째서, 이렇게 돼버렸을까.

 

 츠노다 선배가 입부한지 일주일.

 나와 타츠야 둘만의 세계는, 어이없이 붕괴되어 버렸다.

 츠노다 선배는 타츠야와의 거리를 눈 깜짝할 사이에 좁히고 있다.

 

「아, 이 과자 맛있어. 키리카도 먹을래?」

 

 타츠야가 신작 과자를 가리키며 말을 걸어온다.

 쇼기 이야기에 끼지 않는 나를, 신경쓰고 있다는 걸 알았다.

 그것이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고, 어쩔 수 없는 소외감이 커져간다.

 

「아, 응. 고마워」

 

 억지 웃음을 띠고, 잡지에서 고개를 든다.

 츠노다 선배가 어려워하는 얼굴로 판을 노려보고 있는 중이었다.

 

「……천일수군」

「그렇네요. 다시 시작할까요」

 

 츠노다 선배와 타츠야는 그렇게 말하며, 말을 치우기 시작했다.

 나는 어리둥절해서, 의문을 제기했다.

 

「어? 장군하지 않았지? 누가 이겼어?」

「무승부야. 일단 다시 시작해」

 

 무승부.

 그 의미를 알 수 없어서, 말문이 막혔다.

 

「ㅇ, 왜? 턴 제인 쇼기에서 비기는 게 말이 돼?」

「음, 설명이 어렵지만, 서로 최선의 수를 하다보면 판이 영원히 루프될 수 있어. 어느 쪽이 포기할 때까지 계속 루프하면 끝이 없으니까, 천일수라고 해서 4번 똑같은 판이 나오면 다시 하기로 되어있어」

「타츠야 군, 그 쪽이다」

 

 타츠야의 말에 겹치도록, 츠노다 선배가 재촉한다.

 나는 그만 숨을 멈췄다.

 타츠야 군.

 츠노다 선배는, 확실히 그렇게 말했다.

 성이 아니라, 이름을 당연하게 불렀다.

 타츠야도 별로 놀라지 않고, 온화한 미소로 대꾸하고 있다.

 나는 멍하니, 그 교환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직 일주일이다. 츠노다 선배가 입부한지 일주일 밖에 되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츠노다 선배에게 눈을 돌린다.

 길고 예쁜 검은 머리와, 또렷하고 가늘게 찢어진 눈동자.

 남자 못지 않은 독특한 말투와, 그에 반하는 듯한 풍요로운 가슴.

 누구나 미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겉모습에, 정체 모를 불안감이 밀려온다.

 만약 츠노다 선배가 타츠야에게 호의를 보인다면, 타츠야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적어도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타츠야 쪽에서 호의를 보일 가능성도 있다.

 그 상상에, 저절로 짜증이 더해졌다.

 지금까지 느껴지보지 못한 마음이 가슴을 채운다.

 

「타츠야 군은, 예쁜 손가락을 하고 있군」

 

 갑자기, 츠노다 선배가 그런 말을 했다.

 

「그런가요?」

「가늘고 긴 손가락을 하고 있지? 두는 방법이 예뻐 보인다」

 

 분명 타츠야의 장기를 두는 모습은 예뻤다. 쇼기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도, 보고 있으면 질리지 않을 정도로.

 

「잠시 보여주지 않겠어?」

「어?」

 

 타츠야가 조그맣게 놀란 소리를 지른다.

 다음 순간, 츠노다 선배가 자연스러운 행동으로 타츠다의 손을 잡았다.

 놀라서, 나도 모르게 잡지를 떨어뜨릴 뻔한다.

 

「나는 말이지, 남자들 손가락을 조금 좋아한다」

 

 츠노다 선배는 부끄러운 듯 작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가느다란 손가락이나 혈관이 두드러진 걸 보면, 나도 모르게 만지고 싶어져」

 

 친한 남자가 없으니까 좀처럼 할 수 없지만, 이라고 덧붙인 츠노다 선배는 아직도 타츠야의 손을 조심스럽게 만지고 있었다.

 마주보는 타츠야는, 시선을 돌려 쓴웃음을 지으며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게 내겐 아주 싫어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고, 배 속에서 엄청난 불쾌감이 밀려왔다.

 생각하기보다 먼저 의자에서 일어나, 입을 연다.

 

「타츠야는 옛날부터 손가락이 길었지」

 

 몸이 자연스레, 타츠야의 품으로 나아갔다.

 츠노다 선배의 손이, 타츠야로부터 떨어진다.

 

「초등학교 때는 내가 키가 더 컸는데, 손 크기를 비교하면 타츠야가 조금 크기도 했었지. 기억해?」

 

 순간적으로 나온 추억 이야기를 하면서, 타츠야의 손에 자신의 손을 맞춘다.

 타츠야를 만지는 것은 오랜만이었다.

 서로 크고 나서는, 보이지 않는 벽 같은 것이 생겨버렸다.

 예전처럼 신경쓰지 않고 무엇이돈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 아무것도 아닌 친구처럼 행동할 필요가 생겨버리고.

 내가 그다지 제멋대로 다가가면, 타츠야 쪽에서 거리를 두게 되고.

 지금처럼 타츠야를 접하는 건 정말로 오랜만이고, 어쩌면 내 얼굴은 조금 빨개졌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타츠야는 태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츠노다 선배가 손댈 때처럼 시선을 돌리는 것도 없이, 그저 그리운 듯 웃을 뿐이었다.

 심장을 무언가에 찔린 것처럼, 숨이 멎는다.

 닿았던 손이 떨어져, 타츠야의 온기가 사라졌다.

 몸이 급속히 식어간다.

 

「전부터 궁금했지만」

 

 옆에서 츠노다 선배의 목소리.

 

「두 사람은 사귀고 있을까?」

 

 온몸의 근육이 굳어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폐 속이 텅 빈 듯 답답했다.

 아무 대답도 하지 않는 나를 대신해, 타츠야가 입을 연다.

 

「아뇨, 단순한 소꿉친구입니다」

 

 시야가 빙글빙글 돈다.

 뭔가 말해야하는데,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돼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래, 그랬구나. 시시한 걸 물어서 미안해」

 

 츠노다 선배의 맞장구.

 나는 그것이, 강한 안도의 빛을 내포하고 있는 것처럼 들렸다.

Posted by 스위트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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