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두뇌운동이라도 할까해서」

 

 막 시작한 쇼기부에 키리카가 처음 왔을 때, 부끄러워서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기쁘게 생각하고 있었다.

 어쩐지 소원해져버린 소꿉친구에게 계속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고, 전망을 모르는 쇼기부에 잘도 알았던 키리카가 와 준 것은 든든했다.

 

「있지, 하는 법 가르쳐줘, 타츠야는 강하잖아」

 

 키리카는 옛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머리가 자라고 어른스러워졌지만, 상냥한 성격과 지기 싫어하는 점은 전혀 변하지 않았다.

 매일 같이 키리카에게 쇼기를 가르치는 동안, 우리는 서서히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가고 있었다.

 시시한 일로 서로 웃고, 작은 침묵도 신경쓰지 않고,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할 수 있는 존재다.

 

 키리카와 단둘만의 동아리는 즐거웠지만, 그 사이에 어렴풋이 알게 되었다.

 키리카는 쇼기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마도, 혼자서 부를 만든 나를 신경써서 쇼기를 하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 중에 잡담이 점점 늘어나서 쇼기를 두는 시간은 점점 줄어들었다.

 쇼기는 신작 과자를 함께 먹으면서 틈틈이 하는 정도다.

 그래도 좋았다. 키리카와 지내고 있으면 예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서 즐거웠다.

 게다가, 약간은 키리카를 이성으로 의식하게 되었다.

 우리는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 이성에 대해 거리를 둘뿐만 아니라 흥미를 가질 나이가 되어버려서.

 그래서, 별로 쇼기에 열중하지 않는 활동에서도 계속 해왔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선 쇼기를 두고 싶다는 욕구가 자욱했다.

 

 그럴 때, 츠노다 선배가 입부해줬다.

 실력도 비슥했고, 쇼기에 대한 열의도 비슷했다.

 톡특한 남자 못지 않은 말투 탓일까, 연상인데도 친근함도 있었다.

 이걸로 어떻게든 쇼기부로서 본격적으로 스타트할 수 있다.

 그러니, 키리카가 무리해서 매일 부실에 얼굴을 내밀 필요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

 

「만약 부담스럽다면, 매일 나오지 않아도 돼」

 

 소꿉친구라는 인연만으로, 일년동안이나 계속 어리광을 부리고 말았다.

 

「지금은 츠노다 선배가 있으니까. 이제 괜찮으니까」

 

 키리카를 이곳에 계속 묶어두지 말자.

 이제 슬슬, 홀로 서야 할 때였다.

 

「지금까지 고마웠어, 키리카」

 

 고마움의 마음을 담아, 지금까지의 감사를 말한다.

 어쩐지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다.

 

「엣, 나……나는……」

 

 키리카의 당황한 듯한 목소리.

 천천히 판에서 고개를 들자, 반쯤 웃는 듯한, 무언가 말하고 싶은 듯한 키리카와 눈이 마주쳤다.

 

「나는……별로……그런 의미로 부실에 온 건 아니고……」

 

 거기서 한 번, 말이 끊겼다.

 그리고 나서 키리카는 만면에 미소를 띄며 웃었다.

 

「뭐 조금 걱정했던 건 있었지만, 나도 동아리 활동을 즐겼어? 중학교 때는 좀 멀어졌었고」

 

 그 말에, 소원해져버린 것에 외로움을 느낀 것은 나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았다.

 어느쪽으로부터 거리를 둔 것도 아니다.

 성별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자연스레 그렇게 되고 말았다.

 

「이제 쇼기부는 괜찮은 것 같네. 초보인 내가 있어도 방해가 될 뿐이고, 가끔씩 놀러오기만 할까」

 

 나에게 매달려있던 키리카가, 영차, 하고 일어선다.

 

「그리고 지금은 이제, 옛날처럼 친하게 지낼 수 있었는걸. 뭐, 동아리에 연연할 필요는 없겠네」

「그래……그렇네」

 

 이성을 필요이상으로 부끄러워할 나이는 이미 끝났다.

 우리는 예전과 같은 관계로 돌아갔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말야」

 

 키리카의 시선이 나에게서 도망치듯 천장으로 향한다.

 일순간의 침묵.

 그러고 나서 키리카는 작게 숨을 들이마시고, 똑바로 나를 보았다.

 

「나중에 데이트하자」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머릿 속이 새하얗게 되어, 한 박자 늦게 나는 얼버무리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데이트?」

 

 들었지만, 반사적으로 되묻는다.

 머릿속에 말이 잘 이해될 때까지 시간을 벌 듯, 입이 저절로 움직였다.

 

「나랑, 키리카가?」

「그래. 타츠야와 내가」

 

 그리고, 키리카는 어째선지 츠노다 선배 쪽을 쳐다보며 웃었다.

 

「나랑 타츠야는 별로 쇼기뿐인 관계가 아니니까, 평범하게 놀러가자」

「……아아……놀러간다는 뜻인가」

 

 이제야 이해가 되어, 온몸에 힘이 빠진다.

 심장이 놀랄 정도로 불규칙하게 뛰고 있었다.

 

「어때, 괜찮지?」

 

 키리카가 엷은 미소를 짓는다.

 마침 창문으로 석양이 비쳐, 여느 때보다 어른스러워 보였다.

 

「지금은 돈이 별로 없어서 멀리는 못 가」

「괜찮아. 타츠야와 함께라면 어디든 좋으니까」

 

 키리카는 거기서 잠시 고민하듯이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곧 뭔가 생각난 듯 내게 시선을 돌렸다.

 

「돈이 없다면 집이라도 괜찮아. 쭉 아빠랑 엄마랑 못 만났었지?」

「그렇지만……집은 좀 그렇지 않을까?」

「좋잖아. 예전에는 서로 집에 자주 갔었었고. 왠지 그립지 않아?」

「아, 응……」

 

 기세에 눌리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4일 뒤 일요일은? 일요일은 아빠랑 엄마 둘 다 계시니까 오랜만에 만나드려」

「글쎄……알겠어. 일요일이라면 비어있고 괜찮을 것 같아」

「그럼, 결정이네」

 

 키리카는 만면의 미소를 띠며, 책상 위에 놓여있던 가방을 집어들었다.

 

「그럼, 난 이만 가볼께. 일요일까지 집을 반짝반짝하게 만들어야 해. 수고해-」

「응……고생했어」

 

 키리카는 종종걸음으로 출입구로 향해, 그리고나서 최후에 되돌아보았다.

 

「츠노다 선배-. 쇼기 힘내세요-」

 

 히죽, 하고 키리카가 웃는다.

 츠노다 선배는 방심한 듯, 그래, 하고 짧게 대답하고 나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부실에 정적이 돌아온다.

 갑작스런 키리카의 권유에 머리가 따락지 못해, 나는 앉은 채로 잠시 멍해져있었다.

 

 갑작스레, 차라락, 하는 소리가 울린다.

 되돌아보면 츠노다 선배가 말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었다.

 역광 때문인지, 매우 무표정해보였다.

 

「오늘은 이미 늦었어. 우리도 돌아가자」

「아, 네. 그, 그렇네요」

 

 나도 수중의 말을 치워, 주머니에 넣어간다.

 츠노다 선배는 그대로 정리를 마치고, 빈 책상에 놓여있던 가방을 말 없이 집어들었다.

 

「내일 보자」

「네……저, 수고하셨습니다」

 

 내 말을 기다리지 않고 선배는 등을 돌려, 그대로 출입구로 나갔다.

 뒤에 남겨진 내 그림자가, 아무도 없는 방 안을 뻗어간다.

 어느새, 바깥에서 들려오는 운동부의 구호는 들리지 않았다.

 까악, 하고 곧 어둠이 올 것임을 알리듯 까마귀가 한 번 울고 나면 이내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나는 황급히 돌아갈 준비를 마치고는, 방에서 뛰어나와 자물쇠를 채웠다.

 무거운 자물쇠를 채우는 소리가, 이상하게 귀에 남았다.

Posted by 스위트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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