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올해도 아무도 오지 않았네」

 

 방에 쾌활한 목소리가 울린다.

 

 나는 우울한 기분으로 손안의 전단지를 내려보았다.

 신입부원 모집, 이라 적힌 권유용 전단은 거의 줄지 않았다.

 권유를 시도했지만 대부분 받아주지도 않았다.

 

「뭐, 단둘이어도 좋잖아」

 

 마주 앉아있는 소꿉친구 키리카는, 이 쇼기부의 참상을 신경쓰는 낌새도 없이 그런 말을 한다.

 

「자, 나도 좀더 연습할테니까. 기운 내」

 

 1학년 때 창단한 쇼기부는, 수많은 유령 부원을 제외하면 나와 키리카 두 사람밖에 없다.

 더 정확히 말하면 키리카는 의리로 어울려주고 있을 뿐, 실질적인 부원은 나 하나뿐이었다.

 

 의자에서 일어나, 창밖을 내려다본다.

 교정에는 견학하는 듯한 1학년의 모습이 드문드문 보였다.

 

「밖은 시끌벅적하네」

 

 키리카는 남의 일처럼 웃으며, 재잘재잘 말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한 판 할래?」

「……그래」

 

 창문에서 눈을 떼고, 자리로 돌아간다.

 정렬된 나의 진지에는, 비차와 각이 없다.

 

「좀 더 잘하게 될테니까, 나. 그걸로 참아」

 

 키리카는 그렇게 말하며, 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분명 격려받고 있는 것이다.

 나는 조그맣게 숨을 내쉬고, 변명하듯 입을 열었다.

 

「현재 상황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야」

 

 요즘 시대, 인터넷을 사용하면 얼마든지 대국할 수 있다.

 동아리로서 쇼기를 둘 필요성은 별로 없다.

 나는 단지, 같은 취미를 가진 친구를 원할 뿐이다.

 키리카는 점점 능숙해지고 있지만, 진심으로 쇼기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동아리 활동 이외에서는 쇼기 이야기를 별로 하지 않도록 신경쓰고 있다. 그러한 사양이 필요없는 친구를 옛날부터 동경했었다.

 

「그럼 지금 이대로가 괜찮잖아. 난 지금 이 방, 좋아해」

 

 키리카의 손이, 장기판 옆에 놓인 과자로 뻗는다.

 

「어설프게 친한 사람이라든가, 친구의 친구라든가, 그런 신경 쓸 존재가 없어서」

 

 살랑살랑 흔들리는 키리카의 발끝이 내 발끝에 닿았다.

 

「파벌이라든가 누군가의 험담도 없고, 귀찮은 보스 같은 것도 없으니까 말이지」

 

 키리카의 시선이 판에서 멀어져, 나를 향해진다.

 

「타츠야와 나 밖에 없는 이 시간, 나는 정말 좋아해」

 

 언제나같은 약간 장난스러운 모습이 아니라, 진지한 목소리였다.

 옮기려던 손이, 저절로 멈췄다.

 

「그러니까」

 

 키리카의 시선은, 판을 보지 않는다.

 빨려들어갈 것 같은 눈동자가, 장기판 맞은편에서 나를 향해있었다.

 

「오늘은, 그다지 아무도 안 와도 좋을지도 라고 생각했어」

 

 일순간의 침묵.

 키리카는 거기서 표정을 풀고,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

 

「타츠야는, 이대로 나와 단둘이 있으면 싫은거야?」

「……아니, 그런 건 아니야」

 

 평소와 분위기가 다른 키리카에게 휩쓸릴 것 같아, 목에서 짜내듯이 대답한다.

 교정에서 들려오는 운동부의 구호가, 아득하게 느껴졌다.

 

「그러면 말이야, 신입부원 모집 포스터 떼버리자」

 

 어딘가 농담조로 말하는 키리카의 눈은 웃고 있지 않다.

 오기가 느껴지는 인상을 주는 큰 눈동자가, 동의를 구하듯 나를 보고 있었다.

 

「또 1년, 둘이서만 지내자」

 

 키리카가 몸을 내밀고, 장기판이 슬그머니 움직인다.

 달콤한 과자 냄새에 섞여, 키리카가 사용하고 있는 샴푸의 향기가 났다.

 

「그건……」

 

 망설이는 말이 입에서 튀어나왔다.

 그것을 막듯이, 키리카가 입을 연다.

 키리카의 하얀 피부에, 붉은색이 묻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조금 알아듣기 힘들었을까. 즉, 나와――」

 

 노크 소리가 났다.

 키리카가 튕기듯 일어나, 뒤를 되돌아본다.

 열린 문 너머로, 한 여학생이 서 있었다.

 

「……쇼기부는 여기가 틀림없을까?」

「……네」

 

 갑작스런 내객에 놀라, 대답이 한 템포 늦어진다.

 그 사이 여학생은 실내로 들어가, 주변을 살폈다.

 

「고문인 선생님으로부터는 부원이 다섯 명있다고 들었지만……」

「다른 세 명은 유령부원입니다」

 

 여학생의 가슴을 확인하면서 대답한다. 3학년임을 나타내는 빨간색 넥타이가 달려있었다.

 

「선배는……무슨 용건이세요?」

「견학이야. 3학년이 오는 건 드물려나?」

「어느 학년이든 드뭅니다. 아직 한 명도 안 왔으니」

 

 선배는 이상하게 웃으며, 다가온다.

 그녀의 시선은 장기판을 향하고 있었다.

 

「비차각 제외라. 네가 더 강한가」

「아, 그게, 하실래요?」

 

 키리카가 일어나, 자리를 권한다.

 

「하던 중이 아닌가?」

「아뇨, 그, 시간을 때운거라서」

 

 선배는 조금 생각에 잠긴 후, 그럼, 하고 의자에 앉았다.

 

「쇼기 경력은 어느정도지?」

 

 말을 정돈하면서, 선배가 관찰하듯 올려다본다.

 

「어릴 때부터 할아버지와 했습니다」

「나와 같을려나. 맞장기로 내가 선수를 해도 괜찮을까?」

「네」

 

 선배가 두기 시작한다.

 예쁜 움직임이었다. 그것만으로 상당히 익숙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잠시 말을 움직이는 소리만 들렸다.

 밖에서는 여전히 운동부의 구호가 들려온다.

 

「……부활동은, 매일 하고 있나?」

 

 갑작기 선배가 침묵을 깼다.

 고개를 들자, 선배는 진지한 눈으로 판을 보고 있었다.

 곱고 긴 검은 머리와 풍성한 가슴에, 순간 눈이 고정된다.

 

「……부원이 없기 때문에 이틀에 하루 정도입니다」

「그렇군」

 

 말하는 동안에도 선배는 판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분명 설싱한 사람이겠지.

 

「길항하고 있군」

「네」

 

 실력에 큰 차이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쪽이 이기든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흠」

 

 선배가 숨을 내쉬며 생각에 잠긴다.

 종반 단계에 접어들었다. 불리하다.

 선배는 사정없이 몰아온다.

 완전히 승산이 꺾이는 게 보였다.

 

「……졌습니다」

 

 패배를 인정하자, 선배는 그제야 고개를 들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후수였다면 졌을지도 몰라」

「아마, 결과는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아. 실력이 쟁쟁한 상대와 마주할 수 있는 건 드문 일이지.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어」

 말을 정리하며, 선배가 말을 잇는다.

「너는 대국전문인가? 아니면 중계를 보기도 하나?」

「많이 보는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 두는 것보다 많습니다」

「과연. 나도 관전을 좋아하지만, 주변에 이야기할 사람이 없어서 말야. 그런 상대를 찾고 있었지」

 

 그리 말하며, 선배가 손을 내민다.

 

「3학년 츠노다 시키다. 정식으로 입부하고 싶다」

 

 잠시 망설이다가, 그 손을 잡는다.

 상상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러운 감촉이, 손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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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스위트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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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화

………나는, 조용히 그 자리에 내려왔다.

 전왕이어던 빙상을 등에 업고, 용사들을 향한다.

 

「끝났네」

「그래」

 

 용사의 중얼거림에, 나는 수긍한다.

 

 성취감은, 솔직히 별로 없다.

 오히려, 커다란 어깨의 짐이 내려가서 허무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더이상, 전투력 측정기가 아닐 것이다.

 말한 본인인 전왕을 쓰러트린 지금, 그것을 고민할 필요도 없다―――라는 걸까?

 

 가디려, 냉정해져라.

 냅다 나보다 덜렁거리던 전왕이다.

 난, 얼음 속성은 그런 놈에게 전투력 측정기라고 불리고 있었지, 그건 어떻게 보면 중대한 사테인거 아냐?

 

 전투력 측정기가 전투력 측정기로 전투력 측정기니까 전투력 측정기되서――?말하고 있네 나

 

「아이스 님」

 나를 프로즈가, 조용히 부른다.

 

「미안하지만 지금 전투력 측정기 미궁에 빠져있으니까 기다려 줄수 있겠나?」

「무슨 말을 하시는 겁니까?게다가 아마 헤어나오지 못하지 않을지………가 아니라. 봐주셨으면 하는 게 있습니다」

 

 봐주길 원하는 것?

 프로즈가 성의 출구의 문을 열자, 그 곳에는.

 

「윽………!」

 

 시야 가득히 나의 부하, 나를 향해 무릎을 꿇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눈을 부릅 뜬 나의 손을, 프로즈는 살짝 잡는다.

 

「아이스 님, 진정한 우리들의 왕이시여」

 

 살짝 내 손을 이마에 대고,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부디, 인도해 주시길」

 

 

 

「…………」

 나는, 입을 다물면서 부하들의 모습을 본다.

 과연 이 상황을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바보는 아니다.

 

 

―――자, 어떻게 할까.

 

 이녀석들은, 주인을 찾고 있다.

 전왕이라는 방해물이 없어지고, 동시에 전왕을 지키는 마왕이라는 역활도 마친 나에게, 그 역활이 돌아온 것이다.

 

―――게다가 부하들을 볼 때 『축・탈전투력 측정기!축하드립니다 아이스 님!!』라고 적힌 현수막이 슬쩍 보였지만.

 

 이건, 그거냐?

 내가 마왕이 되었다고 결정한 후에 보여주려고 숨기는 건가. 숨겨지지 않았다만. 미묘하게 보여서 두번 보였다만.

 

 게다가 알아채니 왠지 거절하기 힘든 느낌이 되었잖아, 거절하면 현수막은 어떻게 하는거야. 노린거냐?

 

 

 하지만.

 

「―――고개를 들어라. 얕보고 있는거냐?너희들」

『윽』

 고개를 든 부하들이 숨을 죽인다.

 

「내가 그렇게까지 자기 일을 업신여기고, 아무리 귀여운 부하라고 해도 너희들에게 헌신한다고 해도?」

 

 고요한 성에, 지독히 울리는 내 목소리.

 

「―――자유로워졌다고?전왕을 따를 이유도 이제 없다, 따로 영토를 통치할 필요도 없다. 그리고, 너희들을 이끌 필요도 없다………그렇다면 너희들도 내게 어울릴 이유는 이제 없지않나?자유롭게 사는 것을 포기하고, 마왕의 자리를 내려놓을려는 나를 따르는거냐」

 

 부하들의 눈을 본다.

 탁함은 없다, 올곧은 눈이다.

 그들 안의 답따위, 이미 정해져 있었던 것 같다.

 

 그것을 보고, 나는 웃었다.

 

 

 

「―――너희들, 술과 음식을 내놓아 잔치를 준비해라. 창고에서 전부 꺼내라」

 

『아이스 님!!』

「………아이스 님!」

 전원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보고, 저절로 입꼬리가 느슨해진다.

 

 뭐, 어울려주마.

―――너희들이 따라와준다면 말이지?

 

「오늘은 맘껏 즐겨라!하지만 그 현수막의 『전투력 측정기』란 문자는 지우거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게해라!왠지 재수없으니까!」

『예!!』

 

 부랴부랴 잔치 준비를 시작한 부하들을 보며, 천천히 뒤를 돌아본다.

 

 

「……」

 그곳에는, 알수없는 표정을 한 용사가 있었다.

 

―――뭐, 당연하겠지.

 

「용사, 그런 것이다. 나는 다시 마왕이 되어, 그리고 너희들의 적이 된다」

「음. 아이스 씨는 우리들을, 인류를 위협할려나?」

 

 그 말에, 나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설마?너희가 오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나는 자기 개발에 힘쓴다………이제 누구도 전투력 측정기라고 부르게 하지 않는다. 부하가 자랑스러워하는 최강의 마왕이 되어보이지」

「…………그런가」

 

 용사는 혼자 중얼거리 듯 말했다.

 

 나의 미움이나 원망은 물에 흘려 보낼 수 없다.

 하지만 자기부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는, 이제 용사들과 같은 놈들을 제외하고, 관심도 없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말이다.

 

 용사는 그말을 듣고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이며, 고개를 들었다.

 

「응. 그럼, 싸우지 않아―――나는 용사니까」

 

「?」

「인류와 적대하지 않는다면 더욱, 그 의향을 나타낸 아이스 씨와 싸우는 건 잘못이야……그래도 쓰러트리라고 국가가 말한다면―――그렇네. 나는, 용사를 그만둔다」

『……』

 

 그 말에, 그 용사의 결의에 찬 표정에 놀라는 자는 없었다.

 

 다들 은근히, 용사의 인품을 이해하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라의 명령이 아니라, 사람들을 위해 진심으로 싸우는 자라고.

 

 적도, 아군도 이해한거다.

 

 

「그런가, 그렇다면 손님이군?연회를 즐결. 이미 준비는 다 되었다」

 그 말에, 용사는 조금 미안한 듯 웃었다.

「……좋은 제안이지만. 준비하고 있는 아이스 씨의 부하를 한번이라도 쓰러뜨린건 우리들이야? 참가라니, 허락될리 없지」

「……그런가?」

 

 내가 손가락으로 가리킨 끝을, 용사는 눈으로 쫓았다.

 

「―――저기말야, 뜨거운 음식 없어?」

「플레어, 귀녀는 이 성을 녹일 생각인걸까」

「아니~녹지 않지~?」

「고기도 조금 얼어있나. 내 용브레스로 녹일까」

「숯으로, 만들셈?」

 

 그 곳에는 이미 즐기고 있는 자들이 있었다.

 

「즐기고 있다고?」

「―――아니 제일 어색해야할 애들이지 저거?신경쓰던 내가 바보처럼 보일정도로 녹아들어있는데」

「나한테 말하지마라. 어색해지느니 차라리, 같은 부하동지끼리 마왕들 뒷담화로 흥을 돋우는 것 같지만」

「아니 그렇게 미움받은 거야 마왕!?」

 

 정말이지, 뭐했길래 저렇게 미움받은 거냐 그녀석들.

 

 그러던 중, 용사의 다른 동료들도 조금 당황하면서도 식사를 하기 시작했다.

 이미 남아있는 것은 용사뿐이다. 용사도 그걸 보고 메마른 웃음을 짓는다.

 

「뭐, 그런 것이다 용사여」

「무슨 의미야………모두 씩씩하네?난 도저히 흉내 못내겠어」

「매우 크고 차갑고 단 것을 준비해주마」

「………잠시 들를까나?」

 

 용사는 꺾인 것 같다.

 역시, 단 맛에는 약하다.

 

「그렇게해라. 하지만 만병통치약은 준비해둬라?」

「엣………어째서 만병통치약?」

 나는 툭하고 용사의 등을 두드리며, 손님으로 맞이한 그의 뒷모습을 배웅했다.

 

 

 

 그리고나서. 남은 한사람에게, 다시 돌아간다.

 

「―――알리샤」

 

 그곳에는, 진지한 표정의 그녀가 있다.

 

 ―――모든 것이 끝났다.

 그렇다면, 약속대로 나는 사과해야만 한다.

 

「알리샤, 나는」

「됐어. 사과하지 않아도 돼」

「윽」

 알리샤의 말에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미, 용서했으니까」

 알리샤는 그렇게 말하며, 웃었다.

 

「윽………원망하는거 아닌가?」

「원망할, 까. 뭐 맘대로 사라진 건 쇼크였고. 한 팔은 없어지고, 마왕이 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엉망진창으로 해줄려고 했지만」

 

 그리워하듯, 알리샤는 그렇게 말했다.

 

―――아마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말 못하겠네 이거, 나는 분위기를 읽을 수 있는 남자니까.

 

「하지만, 마왕이 된 렉스가 생기가 있었던 건 말야. 솔직히 기뻤었어」

「생기, 라고?」

「응. 렉스가 강해서 쓰러뜨리려는 용사님들도 강해져서, 결과적으로 전왕도 쓰러뜨렸어. 거기에 도달하기 전의 덫도 마물도 굉장히 강해서 난해해서 시간이 걸렸어………그래도 말야?렉스는 공포가 아니라, 부하인 마물로부터 진심으로 사모받고 있다고 생각했어」

 

 알리샤는, 한박자 쉬고 말했다.

 

「그러니까……그러니까말야?렉스가 한 제멋대로는 좋은 제멋대로였단거야. 렉스에게도, 세계에도」

「……알리, 샤」

「그러니까 이제, 사과하지 않아도 돼. 나도 조금 어른스럽지 않았고…………오히려 사슬로 묶고 때려서 미안해?변명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예전부터 응석받이였으니까?」

 

―――예전부터 얼음을 깨거나 미친듯이 촉수를 발로 흘러넘겼던가?이녀석.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감동했다.

 

 결코 안 맞아서 다행이라던가 하는게 아니다.

 결코말이지?

 

「그럼!이 건은 이걸로 끝이네!」

 

―――『사람』인 나도, 신뢰받고 있었구나.

 단 한명이어도, 고독하지 않았구나.

 

 그러니 그녀는, 여기에 있다.

 알고 있었지만, 어딘가 경원하던 과거가, 녹아버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가슴을 펴자.

 후회는, 더이상 없다.

 청산된 과거 모두, 지금의 나니까.

 

「저기, 알리샤」

 내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 입을 연 찰나.

 

 

「그러니까―――나도 마음대로 해도 되는거지?」

 

 

「…………엣?」

 

 

 

 

―――이건, 이상한 이야기로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 얼음 마왕인 내가, 온몸에 오한이 달렸다.

 

 

 

 ◆◇◆◇◆◇◆◇◆◇◆◇◆◇◆

 

 

―――시간은 흘러.

 인간과 마물이 사는 세계는 나뉘어, 각자의 나라가 생겼다. 사람은 사람의 나라, 마물은 마물의 나라로.

 

 그런, 마물이 사는 나라의 가장 안쪽에 있는 『얼음의 마성』에서.

 

 

『마물의 왕』인 나는 문뜩, 눈을 떴다.

 

「깨어나셨습니까?아이스 님」

 거기에는, 프로즈가 들여다보듯이 나를 보고 있었다.

 

「………그래, 옛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그렇습니까. 아직 아이스 님이 젊었을 때……」

「―――아니 인간 시간이라고 해도 거기까지 시간은 안 흘렀는데?뭐야 젊었을 때라니?나 늙었나?」

 

「품격이 붙었다고 하면 듣기 좋다고」

「늙었다는 건 확정이군?」

 

 나는 기분을 일신할 수 있도록 새로운 성을 만들었다.

 전회의 반성점을 살린 구조와 함정을 둘러, 최근에야 완전히 완성됬다, 이미 그때로부터 몇 년이 지나고있다.

 

 과연, 쉬엄쉬엄한 작업이라고는 해도 부하는 분명 피로가 쌓여있을지도 모르겠군. 휴일을 많이 주지 않으면.

 

 솔직히 말해서, 이 나도 피곤하다.

 

 

「슬슬 시간이네요」

 프로즈는 그렇게 말하고―――대량의 키를 꺼냈다.

 

 뭐, 내 피곤한 경우는 좀더 다를려나?

 

―――시선을 내리면, 발과 손은 수갑과 쐐기.

 몸은 사슬에 의해 난잡하게 감겨있고, 자물쇠가 달렸다.

 

 쿵!찰캉!챠르르르륵!!

 프로즈에 의해 열쇠가 열리고, 엄청나게 무거운 소리와 함께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럼 아이스 님, 충분한 자유를 허락합니다」

「―――아니이상하잖아이거」

 

 이것저것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일단 뭐야 이상황.

 

「그렇습니까?」

「오히려 위하감을 가져야할텐데. 용사 직전보다 더 구속되어 있잖아 이젠 죄수같은 대우잖아 이거」

「마왕이에요?어느 의미론 성에서 사로잡혀 있는 겁니다」

「뭐라는거야 이 부관」

 

―――어쩐지, 악화되는 방향으로 굉장한 일이 되고 있지 않나?

 

 프로즈는 마음을 다잡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스 님?저는 옛날 이로 배웠던 겁니다」

「오호?」

「아이스 님이 하는 행동은 예측불가. 더 나아가 자신이 위험한 일을 당해도 어느정도 문제없다고 생각하는 그 발상. 부하를 너무 생각해 가끔 바보같은 짓을 한다. 그것은 아이스 님이 아이스 님이라 할 수 있는 장점이고, 그리고 단점입니다」

「………칭찬하는 건지 욕하는 건지 모르겠네 이거」

 

 내말을 무시하고, 프로즈는 한박자 쉬었다.

 

「저는 깨달았습니다―――그렇다면 차라리, 제가 아이스 님의 모든 것을 관리하면 좋지 않을까?하고」

「잘못됐다고. 그거다, 그게 문제야」

 

「아이스 님의 일거일동을 감시하고, 아무것도 없으면 옥좌에 있어주시는……그러면 마왕으러서의 체면을 유지하고, 또한 감시와 시간제한으로 인한 일도 진척될 것입니다」

「부관에게 일일이 파악되고 있다거나 체면도 뭣도 아니잖아? 그렇달까 내 정신적인 면에 쿵쿵 오는데」

 

 내 인권, 어디갔어.

 살며시, 프로즈의 어깨에 손을 얹는다.

 

「알겠나, 프로즈……나는 말이지?너희가 무사하면 그걸로 좋아. 즐겁게, 그러다가 최소한의 물리력을 가지면 그걸로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스 님………」

「게다가 지금의 나는 『그냥 아이스』다. 마왕이라고 해도 마족을 총괄하고 있을 뿐, 별로 사람에 대한 지배도 침략도 하지 않았지?」

 

 그러자, 프로즈의 얼굴은 조금 험해진다.

 

「하지만, 사람은 우리에게 위해를 가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용사도, 이쪽으로 쳐들어오려고 한다는 정보가」

 

 그랬다.

 결국, 예의 용사는 동료들과 함께 용사를 그만두었다.

 나라는 철저하게 마물 단절을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아, 거기서 마찰이 일어났을 것이다. 새로운 용사도 생겼다.

 

 마물은 인간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인간 또한, 마물을 원망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살짝 허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것은 오랜 세월에 의해 생긴 인연이다. 끊으려면 그야말로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

 

――하지만, 불가능은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인간에게는 관심이 없다, 만

 부하들 중에는 조금씩 인간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 자들이 있는 것이다.

 

 그것을 부정하는 것은, 상사로서는 실격이겠지.

 

 지금은 아직 무리겠지, 다툼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 인간과 마물이 손잡는 날이――

 

「―――아, 아뇨『마물을 쓰러뜨리면 돈을 벌 수 있다』라는 소문이 전세계에 돌았기 때문이라고」

 멀뚱거리는 얼굴로 프로즈는 말했다.

 

 

―――엣?

 

 

「………그런가?」

「예. 반 아이스 님파의 소수 마물의 폭주에 대한 방위, 용사는 아이스 님 토벌 등. 이유가 또 있겠지만 주요 원인은 그 돈이라고」

 프로즈는 손가락으로 고리를 만들어 돈을 시사시킨다.

 

…………호오?

 

 

―――마물을 쓰러뜨리면 돈이 들어온다고?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프로즈가 말하는 느낌이라면 소재라든지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현금으로 얻어가는 말투다만?

 

「저기, 프로즈」

「네」

「그거 내 탓이 아닌가?」

「그렇네요」

 

 역시 부정해주지 않는건가.

 그렇달까 불씨를 만든 건 용사 대책을 하던 시절의 나였던건가?말투는 저렇지만 목숨을 구걸할 목적으로 한거라고?

 

 완전한 오산이다, 돈에 너무 집착하잖아 인간.

 

「어리석은 인간놈들………!!」

 

 어라, 지금 조금 마왕같지 않았나?

 

…………마왕, 그래 마왕이라고 나는!?

 

 핫 하고, 나는 프로즈에게 다가간다.

「프로즈, 나는 마왕이다!」

「네?이제와서네요 아이스 님」

「그래. 그러니, 역시 부관『들』에게 모든 걸 관리받는다는 것은 이상하지?본의아니지만 명령한다 프로즈!이 나에 대한 취급을―――」

 

「―――이런, 벌써 시간이 되었네요」

「거짓말이지」

 

 너무 말했다!젠장!

 나는 초스피드로 옥좌에서 거리를 벌리려 한다.

 하지만.

 

「알리샤 씨」

「옛서」

「크헉!?」

 나는 등뒤에서 드롭킥을 당해 앞으로 기울어 넘어져 바닥을 미끄러진다.

 

 알리샤다―――결국 그녀는 내곁에 남았고, 이렇게 내가 도망가려고 할 때 포획 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일단 부관이라는 입장으로。

 

 몇번이나 말했지만, 그녀도 『제멋대로』 하고 있겠지

 너무 제멋대로인 것 같기도 하지만.

 

―――여담이지만, 요즘 기척을 지우는 법을 배운 것 같다.

 오히려 치유사의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나는 다리를 붙잡혀 끌려가면서도, 몸부림치며 저항한다.

 

「그, 그만둬!날 저 옥좌에 앉히는 건 이제 그만둬!」

「저반발에 냉방 추가, 베개도 붙어있어요?」

「성능의 문제가 아니야!질린다고!」

 

 사시사철 옥좌다!?지루해 죽는다고!

 그러자, 프로즈는 웃는 얼굴로 말했다.

 

「―――아이스 님, 진심으로 사모하고 있습니다」

「아니 사모하는 녀석을 대하는 태도가 아니잖아……!」

 

 알리샤모 나를 보고 조소한다.

「정말 좋아해 렉스―――이젠 놓치지 않으니까」

「그러니까 좋아하는 녀석에게 하는 행동도 아니잖아………!잠깐, 마지막으로 뭐라고 했어?」

 

 위험해, 이대로라면 죽는다.

 쇠사슬과 수갑으로 손가락 끝마저 고정되어 묶인 끝에, 끝없이 감시당한다!

 

―――조금이라도 빨리, 도망가지 않으면!

 어쩐지, 전투력 측정기보다 더 무서운 일을 당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미 당한 기분도 들지만!!

 

 하지만, 이래서는 어쩔 수 없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것조차 쉽지 않다.

 만족스럽게 단맛조차 맛볼 수 없다고!?뭐야 이 고통.

 

 

「우, 오오오오!와라!빨리 와라!새로운 용사아!!」

 

 

 

 

『아니 얼음마성 공략 못한다고!!?』

 

―――내 외침에 답하듯, 어딘가의 용사의 탄식이 들린 것 같았다.

 

 FIN?

Posted by 스위트레몬
,

8화

―――전왕.

 모든 속성 마술을 사용하고, 쓸 수 있는 마술의 질도 높다.

 오랫동안 세계를 지배하고, 여섯 마왕을 거느리고 각국의 통치를 맡기고 있다.

 

 

『…………뭐라고?』

 

―――그런 상대에게, 나는 말한 것이다.

 뭐 평범하게 짜증나있고, 조금 전의 전투에서 입장에 의한 구속도 없어졌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일이지만.

 

「전투력 측정기 이하라고 했다만?자기 좋은 것만 들리는 거냐?장식인가 그 귀는」

 멋대로 말투가 강해지는 것을 느끼며, 나는 말했다.

 

 확실히 지금 전왕의 귀는 장식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예리하게 날카로워져있는데, 못쓰면 정말 장식품이라고?

 

 그러자 전왕은 의아한 표정을 한, 것처럼 보였다.

『설마, 말로 쓰러뜨릴 생각이냐 아이스여……?』

「틀려?생각한 것을 말했을 뿐이다―――그렇달까 애초에 변신따윈 하지마라, 그건 어느쪽인가 하자면 중간 보스나 초반 녀석이 하는 거겠지」

 

 그러자, 전왕은 코웃음을 쳤다.

『하………한탄스럽군, 핑계인가?실제로 네 녀석을 몰아붙였겠지?』

「그러니 약하다고 말한다만?변신하지 않고는 나정도도 몰아붙일 수 없는 거냐?」

 

―――좀 더 있었지?방법이.

 

 한 속성으로는 확실히 약할 수 있지만, 두 속성을 합치면 강해진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불에 바람을 실어 염열의 폭풍을 일으키거나, 번개와 어둠이라면 빛과 어둠같은 그게 가능할텐데. 뭐냐.

 

 보기에 화려하잖아, 게다가 강하잖아. 생각하는 것만으로 십년은 지나간다고, 그건 나뿐인가?

 

 그리고, 그것이 모든 속성을 사용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무한에 가까운 전투 패턴이 생겨나 전투에서도 패턴을 파악하지 못하고 상대에게 페이스도 뺏끼지 않을텐데.

 

 즐겁겠지, 부러울 정도다.

 

 

―――그런데 전왕 녀석은 뭘 하고 있었나?변신뿐이라고?하물며 불도 번개도 얼음도 어둠도 아닌 변신이라고?

 

 뭐하는 거야 바보지, 바보다 이 전왕.

 

 나랑 싸웠을 때에도 한가지 형태만이었고?

 삼키는 어둠도, 눈부신 빛도, 업화의 불꽃도, 진공파의 바람도, 개개인이라도 확실히 강하지만 더 복합해라.

 

 솔직히 당황하면서 싸우는 동안 짜증났다고?

 전왕이 되서 용사가 오지 않는 동안 뭘하고 있던거냐?

 

 갈구해라, 강함을.

 부하도 없으니 시간도 있었을텐데.

 

…………뭐 위력은 확실하고 세계를 통할하는 전왕이다, 이 자리에서 더 이상 쓸데없이 강해져도 안 되니까, 현 상황은 우리로서는 럭키지만, 솔직히 미적지근하다는게 속마음이다.

 

 

―――내 입, 이 아니라 투덜거림은 멈추지 않는다.

 

「그보다 전왕……뭐냐 그 모습은?」

 나는 제 2형태의 전왕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킨다.

 

『뭐냐, 고?이건 내 진심을 드러낼 때의 모습이다. 전투에 특화되어 마술의 위력도 올라가고―――』

 

「아아아아주 못생겼는데 어째서지?」

 

『윽』

 전왕의 3개의 눈이 모두 떴다. 놀랐을 것이다.

 

「뭐냐, 그 나이도 얼마 안된 소년이 생각한 것 같이 생긴 것은?강한 걸 합치면 강해진다고 생각한거냐!?노려서 그 모습이냐?그렇다면 발상도 소년같고 어이없군, 궁합과 특성을 살린 방식이 있겠지!」

 

 이젠 차라리, 다 말해버리자.

 

「애초에, 제 2형태는 뭐냐?『2』는 뭐냐고?지는 게 전제인가?」

『그렇지 않다. 우선은 상황을 보고, 진심을 낼 만한 상대라면……』

「그래서 인간 형태로 질 뻔해서 조급하게 변신한게 아무리 생각해도 꼴사납겠지만―――『아. 위험해 생각보다 강하네 이 녀석, 다음 형태로 갈까』라든지 이상하잖아……!그에 목숨을 걸고 진심으로 임하는 상대방에게 실례다, 적어도 처음부터 그 모습으로 가야겠지!」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여버렸구나.

 반성하자, 후회는 조금도 안 하지만.

 

『하지만 아이스여, 네 놈은 이 모습으로 졌겠지!』

「그건……갑자기『하는군, 이몸의 진짜 실력을 보여주마!』라고 말하고 그런 모습이 되면 누구나 당황하겠지, 게다가 그 모습으로 변신하지마라 여러가지로 엉망이라고」

 교란시키는 것이 목적이라면 분명 당황했지만, 아마도 의도했던 것과는 다를 것이다.

 

『크, 크윽!』

 

―――아무튼, 무슨 말을 하고 싶냐면 말이다.

 

「스스로의 가능성을 포기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상한 곳에서 거만하게 군다. 그런건 여유가 없어서 방식을 택하지 못하는 것 만큼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만?」

 

『………』

 전왕은, 끝내 입을 다물고 말았다.

 

「아니면 뭐지?아직도 계속 되는 형태가 있나?제5까지는 있는거냐?그렇다면 네타는 끊어지지 않는 건 알겠는데, 그건 그걸로 어디까지 진심을 보여줄 생각이냐 전왕이여?」

 

『……』

「얼음 속성은 전투력 측정기라던지 운운하기 전에 필요한게 있겠지, 전왕. 보물을 가지고 썩히기는 커녕 버렸군 이젠」

 

『…』

「얕보는건가?얕보는구나?심하게 전투력 측정기 취급했던 것치고는 하고싶은대로 말하는게 구제할 방법도 없이 전투력 측정기 같다고. 대항마조차 대지 못하지 않나 」

『………말해주는 군?』

 

 겨우 입을 벌린 전왕은, 아마도 핏대를 세웠을 것이다, 주름진 분노의 형상으로 나를 노려본다.

 

 

『―――전신전령으로 죽여주마』

「―――그 이상 말하지마라, 괜히 약한 전투력 측정기인게 드러나니까」

 

 나는 초연하고 해버리고、그리고 준비를 했다.(俺は飄々といいのけて、そして構えた。)

 자, 시작해볼까.

 

 어느쪽이 진정한 전투력 측정기인가, 그 결말을――!

 

 

 

 

 

 

 


「아니, 내 차례는!?」

 

―――우리 사이에 들어오고는, 용사가 외쳤다.

 

「다르지!?이 분위기는 이상하지!?보통이라면 내가 아이스 씨 위치잖아!?아니면 아이스 씨와 협력하는 흐름이잖아!!」

 

 전왕과 나는 필사적인 용사를 보고.

「『………』」

 

 조금 간격을 두고, 시선을 피했다.

 

「………너가 나설 자리가 아니야, 내려가 있어 용사. 내가 한다」

「아니- 완전히 까먹고 있었지 전왕도!?잠깐 속여넘겼지 지금!그렇달까 전왕 쓰러트리면 이미 나올 타이밍이 없어지지만!」

「시간이라면 벌어주지, 체력도 깍아주마……그 사이 녀석의 패턴과 약점을 간파해라. 그러니 기다려라, 넌 마무리를 위해 온존하는거다」

「에에………마무리만 받는다던지 납득할 수 없지만 말이지」

 

 용사는 반쯤 뜬 눈으로 나를 본다.

 그나저나, 시간벌기인가. 그렇다면.

 

「―――별로, 저걸 쓰러뜨려도 상관없지 않나?」

「무슨 소리야 관계있어 그거 본말전도!쓰러뜨리면 안 되니까!아이스 씨가 말하면 현실미가 너무 많아지니까!?」

『어이』

「세계를 위해서라면, 전왕은 쓰러뜨려야겠지?」

「정론인데 납득할 수 없을까나!?용사!나 이래도 용사라고!게다가 이 때를 위해 장비를 갖추고, 만병통치약도 사온거야!?」

 

―――그거 아마, 따지고 보면 내 돈인데.

 

「「윽」」

 나와 용사는 반사적으로 그 자리에서 물러난다.

 

 방금 전까지 있던 그 곳에는, 마치 채찍으로 도려내진 것 같은 마루와, 전왕이 내던진 촉수가 움직이고 있었다.

 

『이제 됐다, 잡담은 끝이다!』

 

 그 목소리에 맞춰 한층 더 전왕으로부터 촉수가 늘어나, 우리를 덮친다.

 속도는 상당하지만, 나도 용사도 대처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다. 나는 촉수를 받아넘기고, 용사도 검으로 응전한다.

 

 

「뭣……칫!」

 그러자 그 촉수 몇 개가 우리를 지나, 뒤에 있는 프로즈들을 향했다.

 

 그녀들은 아직 회복 중이겠지,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나는 혀를 차고 돌아본다.

 

 퍽 퍽 퍽!

「앗」

 

 나는 마른 소리와 함께, 뻗은 촉수가 모두 튀어오른 것을 보았다.

 

「……뒤는, 맡겨줘」

 

 알리샤다, 그녀가 촉수를 걷어찬 것이다.

 이미 다른 녀석들도 회복했지만, 아직 완치라고 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바보같은!?그 촉수에는 속성 마술이 걸려――』

「전부 치유했는데?」

『윽』

「에, 당연하지. 나 치유사야?」

 

 뭐라는거야 이녀석 같은 눈으로 전왕을 보는 알리샤, 그걸 보고 나는 문득 용사 쪽을 본다.

 

―――용사 알리샤는 항상 저런 느낌인가? 치유도 하고, 발차기로 낼 수 있는 소리가 아니었다만.

―――응. 여럿이서 올 때 후위는, 그녀가 자신과 동료를 치유하며 싸우고 있었달까.

 

 시선을 보내니, 메마른 미소와 함께 시선이 돌아왔다.

 아이콘택트는 되었지만, 유감스럽게도 나의 해석은, 잘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치유사의 일이 아니겠지?치유하면서 싸운다는건 뭐야, 만약 그렇다면 적이었다면 공포일 수 밖에 없잖아.

 

「뭐. 어쨌든, 후위는 맡겨도 괜찮은거지?」

「그런 것 같네」

「그렇다면, 좋군. 스스럼 없이 싸울 수 있어」

「그렇네, 나도」

 

 용사는 말을 아낀다.

 

「동료덕분에, 진심을 낼 수 있어」

「앗」

 

 나는 한순간만 눈을 동그랗게 뜬다, 무려 용사가 가진 마력이 옅은 빛이 되어, 용사를 감싸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이, 너의 비장의 수인가」

「……응. 하지만 공격으로 쓸 수 있는 건 일격 뿐」

「일격뿐이라니, 불편하군」

「확실히 그렇네, 이 기술은 실수를 하면 반동도 엄청나서 확실히 맞추지 않으면 안된다고」

 

 서서히 강해지는 빛과 함께, 용사는 자신감에 찬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이라면, 확실히 맞출 수 있을거야」

 

「너……지금 처음으로 용사답지 않나?」

「응 그 이상 말하지 말아주면 안될까?부탁이니까」

 

 작게 웃은 용사는 달린다.

 전왕의 촉수를 좌우로 피하고, 그 속도를 늦추지 않고 거리를 줄인다.

 

 크게 옆으로 처진 촉수를 앞으로 숙여 피하고, 그 일어나는 반동과 함께 일격을 쏘려고 한다.

 

「앗」

『얕보지마라, 용사!』

 하지만 전왕은, 그것을 예기했다는 듯이 주변에 촉수를 두고 있었다.

 나도 원호하려고 하지만, 용사도 이미 칼을 휘두른 동작에서는 회피할 방법이 없다.

 

 무정하게도 뭉친 촉수는 풀어졌다.

 

―――늦었다, 누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앗」

 쭈르륵,하고.

 

 멍청한 목소리와 함께, 용사는 옆으로 넘어졌다.

 그러자 위를 향하며 촉수는 회피되었고, 심지어 칼은 손에서 빠졌다.

 

『윽!아아아아!!!』

―――전왕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친다.

 

 눈부시게 빛나는 용사의 검은 한바퀴 회전하여, 정확히 전왕의 흉부 근처를 잘라낸 것이다.

 

 고개를 든 용사가, 중얼거린다

 

「………마, 魔殺光斬마살광참?」

 

―――아마도, 기술의 이름일 것이다.

 물음표인 것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냥함이다.

 전왕의 몸은 용사가 쏜 (의문의) 빛의 검격이 삼킨다.

 

 빛이 잠잠해질 무렵에는, 전왕은 땅바닥에 엎드려 있었다.

 

 

 나는 용사를 일으키자, 용사는 힘이 들어가지 않는지 중심이 이쪽으로 쏠린다.

 

 고마워, 라고 말한 용사에게 조금 어색하게 사과했다.

「그, 미안하다?얼음바닥, 미끄러우니까……」

「일부러 말하지마……더 부끄러워지니까」

 

 내 말에 더욱 용사는 얼굴을 붉혔다.

 하지만, 이걸로 끝인가.

 

「쓰러트렸, 나………?」

「어이?」

 

―――어쩐지, 굉장히 싫은 예감이 든다.

 

 

 전왕의 시체가, 울퉁불퉁하게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그, 아……오오오오!!!!』

 

「앗」

「엣!?」

 순식간에 나는 용사를 알리샤 쪽으로 밀어냈다.

 동시에, 내 몸에 촉수가 감긴다.

 

「큭……!」

「렉스!」

「아이스 님!!」

 알리샤와, 프로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오오오오오!!!』

「이거야 원. 설마……정말로 다음 형태가 있었을 줄은…!」

 대량의 촉수에 강하게 묶여 나도 모르게 고민하는 표정이 된다.

 

 눈 앞에는, 이제 윤곽조차 잡을 수 없는 전왕이었던 물건의 모습이 있었다.

 마치, 점액에서 촉수가 나있는 것 같은 괴물.

 

 형태라기보다는, 폭주에 가까울 것이다.

 

『구, 오오오!인간, 전투력 측정기, 따위가!!이 세계와 같이, 너희들을 길동무로 삼아주마!!』

 이미 지응은 없어졌는지, 말이 중간중간 끊겨져있다.

 

「………아니, 그 발언은 아웃이겠지?」

 

 정말로 전투력 측정기 이하다, 전왕.

 

―――하지만, 이건 형편이 좋다・・・・・.

 나는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놓지 마라?」

 

………직접 만지고 있는 편이, 빠르니까 말이야.

 

「들리나?너는, 나의 성을 부수고, 나의 신뢰를 저버리고, 전투력 측정기도 될 수 없는 발언과 행동을 했다. 그건 용서하지, 나는 용서한다」

 

 힘을 준 것.

 정말로 그건 감사한다.

 

「하지만―――내 부하에게 손을 대는 건 아니야」

 

 그러니 신세 졌구나, 전왕.

 

 

……전왕을, 아니 나를 중심으로 공기의 수분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성의 뚫린 구멍에서 비치는 태양에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 마치 , 공중에 보석이 흩날리는 듯한 광경에 휩싸인다.

 

 비록 전왕이 어떤 형태가 있든, 자폭을 하든.

 

 

―――세포 하나 남김없이 얼리면 다 무의미하다.

 

 그렇지?

 

 

「읏 전원, 서둘러 아이스 님에게서 멀어지세요!!」

『에?』

 과연이랄까, 모든 것을 이해한 프로즈가 외쳤다.

 전왕도 뭔가를 헤아린 것 같지만.

 

……이미, 늦었다.

 

 

 모든 것을 얼리는 내 비장의 패.

 나는, 단번에 가지고 있는 모든 마력을 해방했다.

 

 

 

절대영도(제로・무브)

Posted by 스위트레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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